[대전/충남]수도 이전 후보지 ‘울고’ 배후지 ‘웃고’

  • 입력 2004년 6월 17일 2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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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꽁꽁 얼어붙었어요. 땅 거래도 얼어붙고 주민 표정도 얼어붙고….”

정부가 신행정수도 후보지를 발표한 다음날인 16일 충남 공주시 장기면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임순원씨(57)는 “막상 발표되자 주민들은 울상”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투기대책으로 후보지를 포함한 인근 10km 이내 지역에 대해 토지거래를 사실상 금지시키고 개발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임씨는 “설령 예정지로 결정된다 해도 올 1월 공시지가 기준으로 보상한다고 했기 때문에 주민은 땅을 시가보다 싸게 정부에 내주고 고향을 떠나야할 판”이라고 말했다.

장기면사무소 직원 안윤규씨(42)는 “이 일대 임야의 실거래가는 평당 10만∼15만원 선으로 공시지가보다 3∼4배 높다”면서 “예정지로 결정되면 보상과 이주 대책문제가 현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접한 연기군 남면 종촌리에는 도로 변에 ‘신행정수도 건설 지역균형발전의 시작입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지만 거리는 한산했다.

“말도 마세요. 돈이 되는 게 있어야지요.”

부동산 S뱅크 사무실에 들어서자 고스톱을 치던 40, 50대 남자들은 화투판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곧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신행정수도 문제가 제기된 뒤 땅값은 두 배 가량 올랐지만 후보지로 발표되면서 각종 규제가 뒤따르자 팔려는 사람은 있으나 사려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남면 이장단협의회장인 임만수씨(59·농업)는 “보상비조차 몇 푼이 안 된다고 하니 답답하다. 우리 동네가 수도 이전지로 확정되면 반대운동을 벌일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기군 금남면 반곡리에서 만난 60대 촌로는 “남의 땅 빌어서 지어먹고 있는데 수도가 오면 그나마 농사도 못 짓고 쫓겨나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다.

천안시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이모씨(60)는 “사실상 천안지역은 신행정수도로 선정될 가능성이 적어보이나 각종 규제로 주민 불편만 초래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반면 후보지에서 제외된 충남 아산지역민들은 “아무런 규제가 없고 개발이익을 얻을 수 있어 다행이다”며 오히려 기뻐하고 있다.

후보지로 예상되지 않았던 충북 진천군과 음성군도 침울하기는 마찬가지.

음성군의 한 건설업자는 “신행정수도가 결정될 때까지 개점 휴업할 처지”라며 “탈락되면 여파는 오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후보지로부터 10km 이상 떨어진 공주시 도심지역과 연기군 조치원읍 등은 부동산경기가 다소 활기를 띠는 조짐이다.

어느 곳이 최종입지로 선정되든 배후 주거지역으로 수혜가 예상되는데다 투기 단속망도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

공주시 신관동에서 얼마 전 분양한 한 아파트단지의 경쟁률은 5대 1을 넘어섰다.

분양가도 지난해 평당 400만원에서 520만원 대로 올랐다.

최근 상가와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 조치원읍도 다음달로 예정된 한 아파트의 분양을 앞두고 위장 전입이 꼬리를 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주시 신관동 S부동산 윤모씨(58)는 “예정지는 모두 수용되고 주변 10km이내는 시가화 조정구역으로 묶이다보니 그 경계선 밖에 위치한 지역이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예정지는 죽고, 주변지역은 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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