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양심적 병역거부’ 수긍하기 어렵다

  • 입력 2004년 5월 23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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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국민이 국민 개병제(皆兵制)에 따라 국방의무를 준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종교 신봉자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법원의 판결은 충격적이다. 병역의무를 다하기 위해 국가의 명령에 응했던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를 대신해 이번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법원은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병역법상 입영과 소집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자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30여개 국가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많은 국민의 판단과 배치되는 판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남북이 대치하는 상태에서 국민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도도 만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국가를 유지하는 원칙을 흔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라를 위해 개인적 희생을 감수하는 다수의 국민은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이번 판결이 병역거부를 조장할 우려도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양심을 빙자해 군 복무를 기피하는 자를 구분하기도 어렵다. 재판부는 똑같은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건을 다루면서 3명에게는 무죄를 선고하고 1명에게는 징역 3년의 실형을 내리는 엇갈린 판결을 했다. 이런 식으로는 인생의 황금기를 병영에서 묵묵히 보낸, 또 앞으로 보내야 할 대다수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인권 측면에서 이번 판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있기는 하다. 수백명의 병역거부자들이 처벌받고 있는 현실을 무조건 무시하기도 어렵다. 그렇다 해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려면 최소한 대체복무제도 도입이라도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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