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웅진/로버트 김에게 진 빚

  • 입력 2004년 2월 8일 19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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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김은 1월 30일, 7년4개월 동안 머물렀던 앨런우드 연방교도소에서 버지니아의 윈체스터 교도소로 이감됐다. 이번 이감은 단순히 교도소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장기모범수의 사회적응을 돕기 위한 것으로, 출감까지 6개월이나 남은 수형자를 이곳 윈체스터 교도소로 옮긴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그만큼 김씨는 수형생활의 모범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앞으로 6개월.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암담한 현실이다. 파산선고자로서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하고, 몸이 편치 않은 아내를 돌볼 수 있는 뚜렷한 생활대책도 아직 없다. 게다가 보호관찰 3년간은 거주나 이동 등 생활 전반에 제약이 따르게 된다. 아들과의 재회만 기다리며 5년째 병상에 누워 있는 구순의 아버지를 만날 기약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삶의 의지를 잃지 않고 기회가 되면 한때나마 자신을 외면했던 조국으로 돌아가 사회에 기여할 길을 찾고 싶어 한다. 당시 정부에 대해서야 서운함이 없지 않겠지만,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준 조국 동포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에서다.

그가 구속된 직후부터 구명위원회, 석방위원회, 그리고 지금의 후원회에 이르기까지 그를 돕기 위한 민간 차원의 노력은 계속됐다. 성과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정부의 도움 없이 민간이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구명활동을 벌이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로버트 김 사건을 개인적인 문제로 돌리고 한국 정부와의 관련성을 부인한 당시 정부의 입장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외교적인 맥락에서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사건 발생 후 8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다. 우리에게 관심의 초점은 정치성이 아니라 김씨 개인이 치른 희생에 대한 보상이다.

이번 이감을 통해 김씨의 꿋꿋한 모습이 다시 한번 알려지면서 후원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후원회는 한푼 두푼 모인 성금 대부분을 김씨 본인의 뜻에 따라 교육사업 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그러나 ‘인생의 제2막’을 뜻있게 시작하고 싶어하는 그의 소망이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실현되기 힘들다. 적지 않은 교육사업 기금 마련도 그렇지만, 더욱 시급한 것은 보호관찰 사면이기 때문이다.

사면 결정권자가 미국 대통령인 점을 감안하면 이 문제가 정부 차원의 공식 절차에 의해 거론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관련 부처는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인도주의적, 동포애적 차원의 해결방법을 모색 중이다.

이 시점에서 정부에 바라는 것은 그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동포로서 갖는 당연한 배려임을 미국에 상기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 입장에서는 내정간섭 또는 그가 미국 시민권자라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반미와 연관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이는 그의 바람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그는 순수한 모국애로 조국을 도우려 했던 사람, 바로 우리 자신과 같은 존재다. 이런 모국애가 당사자의 행복으로 아름답게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웅진 로버트 김 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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