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신세대 사로잡는 '수입품 같은 국산'

  • 입력 2003년 5월 14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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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프랑스 출장을 떠날 때였습니다. 친구가 “파리에 가면 ‘에스쁘아’ 향수를 하나 사 달라”고 부탁하더군요. 값은 후하게 쳐주겠다면서요.

프랑스의 백화점과 화장품 전문점을 두루 다녔지만 에스쁘아 향수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에스쁘아는 한국 기업이 만든 향수더군요.

화장품업체인 태평양이 1997년에 내놓은 에스쁘아는 처음부터 ‘프랑스 향수보다 더 프랑스 향수’ 같은 제품으로 기획되었습니다. 태평양은 제품 기획과 개발을 프랑스 업체에 의뢰했고 광고도 프랑스와 미국에서 만들었습니다. 제품 포장에는 한글을 없앴죠.

기획력뿐 아니라 품질도 좋아 지난해 에스쁘아는 한국 시장에서 단일 브랜드 향수로는 최고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제일모직이 1989년에 선보인 의류 브랜드 ‘빈폴’도 비슷한 예입니다. 당시 제일모직은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았던 폴로를 겨냥해 빈폴을 내놓았죠. 의도적으로 폴로 매장 옆에 문을 열고 폴로와 비슷한 스타일의 제품으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매장도 나무 인테리어로 세련되게, 가격 할인은 하지 않았습니다. 폴로의 마케팅 전략과 흡사했죠.

1990년대 중반부터 폴로 매출을 바짝 뒤쫓을 만큼 인기를 끌더니 지난해부터는 폴로 매출을 앞질렀습니다. 폴로보다 더 폴로 느낌이 나는 ‘토종’ 제품이 만들어진 거죠.

이 밖에도 쿠아, 해지스, 콕스, 지오뜨, 닉스 등 외국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국산제품은 수없이 많습니다. 그만큼 외국 제품명과 광고모델이 해외 브랜드에 대한 동경심이 높은 한국의 10, 20대를 사로잡는 데 효과적이라는 뜻이겠죠.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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