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3년 3월 2일 17시 4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그러나 김두한의 측근이었던 김영태옹(83·미국 뉴저지 거주)은 최근 한 스포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시라소니는 감히 김두한에게 대들 처지가 아니었다”고 잘라 말했다.
김두한은 누구에게도 무릎을 꿇지 않았지만 ‘소리 없는 살인자’ 고혈압에게는 졌다. 그는 1972년 55세 때 고혈압으로 인한 뇌출혈로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싸움꾼’하면 김두한을 떠올리지만 지금도 세계적으로 브루스 리, 즉 이소룡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어릴 적 누군가와 주먹다짐을 할 때 꼭 ‘오∼오∼요요욧’하며 그의 흉내를 낸 사람들은 특히 그럴 것이다.
브루스 리도 1973년 32세 때 뇌출혈로 숨졌다. 한때 사인에 대해 복상사(腹上死)였느니, 무술의 고수가 인체의 사혈(死血)을 공격해 얼마 뒤 숨지게 하는 ‘점혈 암살설’에 당했느니 말이 많았지만, 의사들은 마약 복용 또는 약물 남용 때문에 고혈압이 온 상태에서 뇌혈관이 터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이나, 막히는 뇌경색을 합친 말인 뇌중풍은 무술의 고수도 단숨에 쓰러뜨리듯 희생자를 가리지 않는다.
한국의 신탁통치를 결정했던 미국의 루스벨트, 영국의 처칠, 소련의 스탈린 모두가 뇌중풍을 앓은 적이 있거나 이 병으로 숨졌다. 대구지하철 참사의 방화범도 뇌중풍으로 인해 심신이 망가졌다. 그가 예방에 신경을 썼거나 응급상황에 잘 대처했다면 세상을 저주하고 아무 죄없는 아까운 목숨을 앗아가는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 텐데….
뇌중풍은 대부분 전조(前兆) 증세가 있다. 갑자기 한쪽 팔다리나 얼굴이 저리며 힘이 빠지는 것, 한쪽 시력이 떨어지며 침침해지는 것, 평소와 다른 두통이 생기는 것 등이다. 이때 신경과를 찾으면 ‘큰일’을 막을 수 있다.
이 시기를 놓쳤다가 응급상황이 닥치면 늦어도 6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해야 한다. 뇌는 한번 상하면 회복되지 않는다. 몸의 한쪽이 마비되거나, 정신은 멀쩡한데 말이 헛나오거나, 또는 남의 말을 알아들지 못하거나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았을 때 대응이 늦으면 생명을 건져도 장애로 시달리게 된다.
이때 한의원이나 동네병원보다는 종합병원의 응급실로 향해야 한다. 승용차로 갈 수 없으면 곧바로 119를 불러야 한다. 고혈압, 당뇨병이 있거나 한번이라도 뇌중풍 비슷한 증세가 있었던 사람은 주위에 뇌중풍을 치료하는 병원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뇌중풍은 평소 금연, 절주, 운동, 혈압 및 혈당 관리 등 예방이 최선, 증세가 나타났을 때의 대응이 차선이다. 많은 사람이 뇌중풍은 한겨울에 집중적으로 생긴다고 알고 있지만 요즘 같은 환절기도 위험하긴 마찬가지. 자신이나 가족의 뇌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