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법 끝내 외면]공약따로 당리따로 '국민 우롱'

  • 입력 2002년 11월 14일 18시 42분


한나라당 소속 함석재 국회 법사위원장이 14일 부패방지법 개정안과 의문사진상조사특별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하고 있다. 이에 앞서 민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의 단독처리 결정에 반발해 퇴장했다. 박경모기자 momo@donga.com
한나라당 소속 함석재 국회 법사위원장이 14일 부패방지법 개정안과 의문사진상조사특별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하고 있다. 이에 앞서 민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의 단독처리 결정에 반발해 퇴장했다. 박경모기자 momo@donga.com
정치권은 올 연초 여야 할 것 없이 “대통령선거가 있는 2002년이야말로 정치개혁의 최적기”라고 다짐했다. 각종 권력형 비리 게이트가 국민적 분노를 촉발시킨 데다 누가 이길지 알 수 없는 만큼 ‘투명한 정치’ 실현이 어느 때보다 손쉬울 것이란 논거였다.

그러나 14일 사실상 막을 내린 정기국회는 각 당의 공약이 ‘공약(空約)’이 됐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제1당의 ‘눈치 보기’ 개혁〓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7일 선거전략회의에서 “국회법 부패방지법 인사청문회법 의문사진상조사특별법 등은 회기 내 반드시 처리하고, 시민단체들이 (개정을) 요구한 선거법 정당법 등은 여야간 의견 차이로 처리하기가 어렵지만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국회의 감사원에 대한 감사청구권 신설’(국회법)이나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인사청문회법)에 대해선 강한 의욕을 보였고, 민주당과 쉽게 합의에 이르렀다. 부패방지법 개정안은 민주당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14일 국회 법사위에서 단독 강행 처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정치개혁의 핵심인 ‘돈 안 쓰는 선거’를 위한 선거법 개정과 ‘정치자금의 투명화’를 위한 정치자금법 개정은 끝내 외면했다.

특히 선거법 개정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게임의 틀’을 크게 바꾸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미디어 선거 확대와 정당연설회 폐지만이라도 합의하자’는 민주당의 요구를 거절했다.

▽민주당의 때늦은 개혁 공세〓민주당은 최근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이 정치개혁에 대한 아무런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연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여당인 민주당도 정치개혁 좌초의 책임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지난달 12일 KBS 심야토론에서 “집권하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친인척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한나라당측의 질문에 “숨기거나 은폐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정작 민주당은 정치개혁 입법 과정에서 그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통령 친족 범법행위를 부패행위 대상에 포함시켜 엄하게 처벌하자’는 한나라당의 부패방지법 개정안에 대해 “아무리 대통령 친족이지만 특정 대상을 명문화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했다.

여기에다 선거법 개정 합의 불발을 이유로 이미 합의된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처리마저 거부하는 것은 선거를 앞둔 ‘기세 싸움’의 측면이 짙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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