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스쿨]선생은 '짱'이어야

  • 입력 2001년 8월 23일 18시 55분


선생이란 직업 정말 좋다.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너무 좋다. 조폭 아버지도 만나 봤고 TV에서 많이 본 연예인과도 얘길 나눠 봤다. 굵직한 회사 회장부터 가느다란 국숫집 어머니까지 모두 날 찾아오니 이 아니 좋을쏘냐.

선생은 또 방학이 있어 너무너무 좋다. 여름방학 30여일, 겨울방학 40여일, 봄방학 10여일, 도합 1년에 80일 이상을 그냥 논다. 그것도 월급까지 받아가며.

학생들한텐 미안한 일이지만 시험기간이 선생님들에겐 또 반(半) 공일 아닌가. 뿐만 아니다. 수학여행이다, 백일장이다, 수련회다 뭐다 야외에까지 나가 김밥 먹고 온다. 어디 그뿐이랴. 퇴근도 일러서 어떤 선생은 일부러 집에 늦게 들어간다나? 이유인즉슨 이웃들이 실업자로 오인할까봐. 킥킥. 하여간 선생이란 직업 저엉말 좋다.

그러나 교직을 제일 잘 골랐다고 느끼는 건 고교동창들 모임에서다.

“어이, 꼰대! 그래 요즘도 애들 잘 가르치고 있나?”

“여전히 속 썩고 있지.”

“그래도 말야. 젊은애들하고 같이 지내니 얼마나 좋아. 우리는 허구한 날 그놈의 컴퓨터만 바라보고 있자니 더 빨리 늙는 것 같애.”

맞는 말이다. 온종일 아이들 기(氣)를 쐬고 사니 그 덕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늙지 않는다면 그것처럼 좋은 일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정치가 어떻고, 주식이 어떻고, 이혼, 자동차 등등 주름살 팍팍 느는 얘기들만 해대는 친구들에게 내 깐에는 기껏 인상 찌푸려가며 “담배 피는 놈, 커닝, 음란만화, 나중엔 어제 가출한 놈 때문에 열받는다”고 하면 더 열받는다. 고까짓 것 갖고 열낸다고.

그런데 어찌된 게 우리 아이들은 선생이 아니라 법관, 의사되길 더 좋아한다. 선생이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허구한 날 죄인만 쳐다보고 형법 몇 조 몇 항이 어떻고 하는 법관, 정말 재미없을 것 같은데…. 그리고 의사. 내 친구도 의사지만 자르고, 꿰매고, 시뻘건 피와 고름…. 그 친구 그래선지 술 엄청 마신다.

‘서언생님.’ 발음부터 좋지 않은가. 박찬호, 박세리, 핑클, G.O.D., 그리고 법관이나 의사조차 다 선생이 키워내는 것 아닌가.

물론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긴 하다. 그리고 말을 안해서 그렇지 엄청난 잡무에 쥐꼬리 월급, 게다가 요즘엔 어떻게 된 게 학생이 선생을 고발하기까지…. 아니? 그만! 지금 내가 무슨 얘길 하는 거야?

아무튼 무조건 ‘선생은 짱!’이어야 한다. 그래서 ‘룰루랄라’ 이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좋은 직업이 바로 선생이라 믿고, 우리 아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이 선생이 돼야 한다.

그래야 어중이떠중이 얼치기만 양산되는 이 시대에 그나마 아이들이 선생을 깔보지 않을 테고 그래야만 우리 교육이 바로 설 수 있을 거라고 이 선생, 소리 높이 외치는 바입니다!-끝-

전성호(41·휘문고 국어교사) ohyeah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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