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발언대]이강구/서울대 학부 폐지해 우수학생 분산을

  • 입력 2000년 12월 14일 18시 49분


대학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학벌 위주의 사회 풍토 때문에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서울대가 있다. 서울대가 우수학생 유치에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함으로써 다른 대학들은 상대적 불이익을 받고 있다. 만약 서울대의 학부과정이 폐지되면 경쟁력 있는 다른 대학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아 우수학생을 많이 유치할 수 있고 이는 대학들의 발전적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하는 폭도 넓어지게 된다. 지방 국공립대가 우수학생을 확보해 지방의 연구능력이 향상되면 지역경제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서울대 입장에서도 학부과정 폐지는 득이 많다. 대학원생 선발과정에서 드러난 일련의 현상은 서울대가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의 경쟁에서 얼마나 뒤져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는 서울대의 모교 출신 우선주의와 서울대 출신들의 사회 요직 독점을 꼽을 수 있다. 그것들이 서울대를 현 상황에 안주하게 만든 것이다. 학부가 폐지되면 서울대는 기득권을 잃어 존폐의 기로에 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서울대가 연구중심대학으로 세계 유명대학들과의 경쟁에 나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서울대가 프랑스의 그랑제콜처럼 특수대학으로 가는 길을 모색하는 것도 생각해 봄직하다.

이강구(대학생·서울 노원구 월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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