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아이 나는 부모]문화공동체 '또하나의…' 어린이캠프

입력 1999-10-11 18:39수정 2009-09-23 16:05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는 전한주원씨(21)는 아르바이트로 돈이 모이면 인도여행을 떠나곤 한다. 예술 세계를 넓히기 위한 일종의 투자다.

박문경씨(21)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여고시절 호주 유학을 다녀왔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는 결심을 굳혀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 요즘 그는 미술학원에서 디자인 공부를 한다.

고교 1학년 때 한 쪽만을 강요하는 절름발이 교육이 맘에 안든다며 자퇴, 검정고시로 98년 서울대 경제학부에 입학한 전한해원씨(18). 사회대 여학생자치회에서 몇명 안되는 남자회원으로 진정한 ‘성(性) 평등’을 위해 뛰고 있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15년전 출범한 문화공동체인 ‘또하나의 문화’(이하 또문·02-322-7946·tomoon.org)가 마련하는 ‘어린이 캠프’ 출신이란 것이다.

또문은 권위주의적 획일적 교육풍토와 사회분위기를 벗어나 자율적이고 인간적인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공동체. 인류학자인 조혜정 조옥라, 사회학자 조형 여성학자 박혜란씨 등이 주요 멤버다.

동인들은 방학동안 며칠만이라도 자녀들에게 ‘자아 읽기’와 ‘세상 읽기’ 방법을 일깨워주기 위해 어린이캠프를 열기 시작했다. 캠프 참가자들이 스무살 안팎으로 성장한 지금, ‘또하나의 문화’를 열어가는 부모들의 아들딸들이 우리사회 ‘대안 문화’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모 동인들의 가치관대로 어린이 캠프에서도 성 나이 역할 등 ‘모든 차별로부터 해방된 세상’을 추구한다.

자유놀이 시간엔 치마를 입은 남자교사가 고무줄놀이를 하고 여자교사가 축구 배구를 했다. 아이들이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 교사들은 “뭐 어때, 좋아서 그러는건데”라고 말했다. 시간이 가면서 아이들은 ‘양성적’가치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다양성 역시 또문 캠프가 추구하는 가치관.보통 캠프 첫 날부터 ‘잠자는 시간’을 놓고 격론이 벌어진다. 밤잠이 없는 아이들은 밤 12시를, 다음날 일정을 걱정하는 교사들은 10시를 주장한다. 결론은 상대방의 입장을 받아들여 조금씩 양보하는 것. ‘취침시간은 10시로 정하고 늦잠을 자고 싶은 사람은 더 놀되 조용히 한다’는 식.

회원들은 짧은 캠프 동안 주어지는 ‘문화 충격’이 가정이나 학교에 돌아가면 잊혀지거나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과 함께 94년 캠프를 중단한 적이 있다. 그러나 ‘또하나의 문화’를 찾는 노력은 어릴적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98년 다시 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캠프를 거쳐간 ‘또또’는 100명 남짓. 5월 음반‘JP스타일’이 ‘청소년 유해매체물’이라는 판정을 받았지만 “평소 보고 느낀 것을 가사로 썼을 뿐”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던 래퍼 김진표(22),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을 미루고 새 솔로음반 ‘데드 엔드’를 내면서 “그냥 한번 저질러 보고 싶었다”고 했던 가수 이적(25)도 또문캠프 출신이다.

이적의 어머니 박혜란씨는 “평생 음악인으로 살고 싶어하는 아들에게 서울대 졸업을 못하는 것은 큰 일이 아니다”며 아들의 세계를 인정하고 있다.

“사회진출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고, ‘주류문화’에 편입되는 것을 중시하는 이들과 달리 또또 출신은 중고교때부터 이미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따라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또또 출신인 한설아씨(30·또문캠프교사)는 말한다. “또문 캠프가 다양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왔다”고 캠프를 총지휘하는 허순희씨(35)는 말했다.

〈이호갑기자〉―끝―gdt@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