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 “달걀 값 유통과정에서 뻥튀기”

  • 주간동아
  • 입력 2017년 9월 24일 1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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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태식 기자]
[ 홍태식 기자]
“어떤 사정이 있든 살충제 달걀 파동의 일차적 책임은 농가에 있죠.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최근 대다수 산란계 농가가 사면초가에 놓였다. 지난해 말부터 발생한 조류독감(AI)으로 알을 낳는 닭의 수가 크게 줄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살충제 달걀 파동까지 겹쳐 수요도 급감했다. 달걀 생산단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올랐지만 공급단가는 차이가 없어 농가의 손해가 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공시에 따르면 9월 11일 달걀 한 판(이하 30알 기준) 가격은 평균 5727원. 예년 수준인 5625원과 큰 차이가 없고 한 달 전 가격(7436원)에 비해서는 대폭 떨어졌다. 일부 소규모 산란계 농가에서는 도산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최악에 가까운 상황인 만큼 볼멘소리부터 나올 법하지만 9월 18일 만난 이홍재 대한양계협회(협회) 회장(사진)이 처음 꺼낸 말은 뼈아픈 자성의 목소리였다.

“상황이 어찌됐든 잘못은 잘못”

달걀 값이 많이 떨어졌다. 농가 피해는 큰 편인가.

“말도 못 한다. 달걀 수요가 너무 줄어 판매가 안 된다. 신선식품인 달걀은 오래 보관할 수 없기 때문에 계속 버리고 있다. 어제만 해도 30만 개를 폐기처분했다. 특히 지방 농가의 피해가 크다. 수도권은 인구가 많아 달걀 수요 회복이 빠른데 경남지역 등은 늦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 달걀 공급을 줄이면 추후 수요가 회복됐을 때 가격이 엄청나게 상승할 위험이 있다. 말 그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달걀 값이 예년 수준이라는데.

“지난해 가격과 비슷하다는 의미에선 예년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산란계가 크게 줄었고 건강 상태도 좋지 않아 생산원가가 많이 올랐다. 생산원가를 고려하면 지난해에 비해 가격이 떨어졌다고 보는 것이 맞다. 생산원가를 기준으로 하면 달걀 한 판에 1만 원이 넘어도 이상하지 않다. 살충제 파동 전 달걀 값이 1만 원 밑으로 떨어졌던 것도 협회가 각 농가에 달걀 공급가 상한선을 개당 193원으로 규제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AI 사태 여파로 달걀 수급에 차질이 있는 것인가.

“산란계도 문제지만 병아리들이 AI 피해를 많이 봤다. 당시 전국 산란계의 4분의 1이 폐사했고 산란계가 될 병아리 절반이 살처분됐다. 지금 알을 낳고 있는 산란계들의 뒤를 이을 닭들이 없으니 달걀 공급량 회복에 시간이 조금 걸린다. 올해 말은 돼야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달걀 공급량이 AI 사태 직후보다 소폭 늘었다.

“나이 든 닭들을 도태시키지 않고 짜낸 공급량이다. 산란계는 태어난 지 75~80주가 되면 도태시킨다. 현재 100주는 기본이고 심한 경우 120주의 나이 든 닭도 알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닭이 오래 알을 낳으면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나.

“100주가 넘은 닭은 70주인 닭에 비해 알을 절반밖에 낳지 못한다. 게다가 닭장(케이지)에 100주 넘게 머무르며 알만 낳다 보니 진드기 등 기생충에 감염될 위험도 어린 닭에 비해 높다. 실제로 산란계가 100주 넘게 케이지에 있으면 닭 피부의 진드기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감염이) 심각하다. 이 상황에서는 거의 달걀을 낳지 못한다.”

AI 사태에 대응하려다 보니 살충제를 쓸 수밖에 없었나.

“아니다. 상황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나 일부 농장이 살충제를 오용한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협회 차원에서도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추후 정부 지침도 업계의 존망을 흔들 정도로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전부 받아들일 생각이다.”

양계 농가의 사정

방사형 동물복지 인증 농장에서 자라는 닭들.[지호영 기자]
방사형 동물복지 인증 농장에서 자라는 닭들.[지호영 기자]


그래도 일부 농가에서는 억울함을 토로할 것 같다.

“현재 살충제가 검출된 농가는 전체 농가의 4%로 약 50개 농가다. 이 중 약 40개 농가에서 비펜트린 성분의 살충제를 사용해 달걀에서 해당 물질이 검출됐다. 이들 농가에서 쓴 살충제는 모 기업 제품인데, 처음에 제품 홍보를 할 때 친환경농장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 제품이 관납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닭이 없는 빈 축사에만 사용하라는 주의사항이 있었으나 일부 농가는 친환경에다 관납이니 닭에게 사용해도 괜찮다고 생각한 것 같다. 현재 협회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협회에서도 농가에 해당 살충제를 사용하지 말라고 교육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일부 언론보도에서는 ‘사후약방문’ 식으로 살충제 파동 후에야 교육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지난해 10월 살충제와 관련한 농가 대상 교육계획을 수립한 상태였다. 경기와 충청지역 농가를 교육시키던 중 지난해 12월 AI 사태가 터지면서 교육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AI 사태가 진정되자 올해 5~6월 교육 계획을 잡았지만 6월 제주에서 AI가 또 발생했다. 결국 8월 말 다시 교육을 시작했으나 이미 사건(살충제 파동)이 터진 후였다.”

동물보호단체 등 일각에서는 산란계를 케이지에서 사육하는 것이 AI나 살충제 파동의 근본 원인이라며 동물복지 사육 중심의 생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케이지 사육과 AI, 살충제 파동은 별개 문제다. 케이지 사육 때문에 질병이 생겼다고 보기는 힘들다. AI도 케이지 닭에게만 발병한 것이 아니다. 동물복지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인지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

어차피 사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면 동물복지 사육환경도 고려할 만하지 않나.

“방사 등으로 대표되는 동물복지 사육환경으로 바꾸려면 포기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다. 현재 영업 중인 양계농장을 전부 방사형 농장으로 전환했을 때 해당 용지에서 생산할 수 있는 달걀 수량은 현재의 8%에 불과하다. 산술적으론 달걀 값이 10배 이상 오를 수 있다. 일부 소비자단체도 현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친환경을 넘어 동물복지 비용까지 떠안으려 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동물복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친환경인증 농장에서도 살충제 달걀이 검출돼 인증제도에 대한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실 달걀은 친환경인증이 큰 의미가 없다. 친환경인증을 받으려면 달걀에서 항생제가 검출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일반 달걀도 항생제가 검출되면 출하가 금지된다. 양계농가가 신청만 하면 친환경인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고 전체 농가의 90%가 친환경인증을 받았다. 유명무실한 인증이니 협회는 친환경인증을 반납할 계획이다. 친환경 달걀이라 비싼데도 믿고 샀는데 그 달걀이 살충제 달걀이었으니 국민의 공분은 당연하다. 친환경인증 대신 정부기관의 정기 검사를 통한 인증제도를 요청할 예정이다.”

달걀유통센터(GP) 도입해 상시 검사 활성화해야

전체 달걀 가운데 일부 샘플만 검사하는 관행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지금과 같이 검사원이 농장에 찾아오는 방식이라면 샘플 검사는 불가피하다. AI 사태가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국내 가금축산업의 특성상 겨울 철새가 활동하는 10월부터는 농장 방문이 금지된다. 한 농가에 적게는 10만 마리, 많게는 100만 마리 닭이 사는데 방역 실수로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되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검사원의 실수로 전염병을 옮겨 닭이 폐사한다면 규모가 큰 농장의 경우 최대 100억 원까지 손해를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특수한 환경 때문에 샘플이나 서류를 통해 검사하는 관행이 생긴 것이다.”

살충제 달걀 역학조사 샘플 논란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나.

“농림축산식품부가 사흘 만에 전수조사를 끝냈다. 한 사람이 하루에 농가 20~30곳을 돌아다녀야 하니 샘플로 검사할 수밖에 없었다.”

농장을 돌며 달걀을 모으는 달걀 수집상도 방역에 큰 방해가 될 것 같다.

“현재 농가보다 수집상이 2배 이상 많은 상황이다. 이들이 농장을 돌며 달걀을 수집하다 보니 방역 체계가 깨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달걀유통센터(GP)를 통한 달걀 수집 판매 의무화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농장에서 생산한 달걀을 GP에 모아놓고 수집상에게 이곳에서 구매하도록 하면 방역 체계가 깨질 위험이 대폭 줄어든다. 협회도 GP 의무화를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GP 의무화는 어떤 장점이 있나.

“현재 같은 샘플 검사가 아닌 달걀 전수조사가 가능하다. 지금 농산물품질관리원에 달걀 품질 세부검사 장비가 있다. 이 장비를 모든 GP가 구비하면 들어오는 달걀을 전부 검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규정에 따른 정부의 샘플검사, GP의 전수조사, 소비자단체의 모니터링 3단계에 걸친 달걀 검사가 가능해진다. GP를 도입하면 어디서 생산된 달걀을 누가 사서 어디로 옮겼는지 이력 추적도 가능하다. 문제가 생긴 달걀이 발견되더라도 빠르게 처분할 수 있다. 물론 GP의 단점도 있다. AI 발병 시 해당 GP와 관련된 농가의 달걀을 전부 버려야 할 수도 있다. 이를 막고자 협회에서 내놓은 대안은 GP에 격실을 갖춰 농장별로 달걀을 분류해 보관하는 것이다. 달걀이 유통되기 전 GP에서 검사를 하니 사전에 전염병 파악이 가능하고 전염병이 확인되면 해당 격실에 있는 달걀만 폐기처분하면 된다.”

1989년부터 정부가 GP를 도입하려 했지만 수집상이 농장에서 GP보다 비싼 가격에 달걀을 사들여 계속 무산됐다.

“수집상이 문제지만 동조한 농가 역시 문제다. 사실 합리적인 유통구조만 확보한다면 아무도 GP 의무화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수집상은 농장을 돌아다니면서 가격을 협상하기보다 GP에 모아놓은 달걀을 구매하는 게 훨씬 편할 것이다. 물론 수집상이 반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협회는 주기적으로 농장이 수집상에게 공급하는 달걀의 값을 조사한다. 하지만 농장이 협회에 보고하는 공급가와 실제 공급가에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농가에서는 달걀 개당 150원에 수집상에게 공급했다고 보고하지만 실제 받는 돈은 100원 정도다. 그동안 달걀 시장이 과잉공급 상태여서 농가가 수집상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현재 정부에 10월 1일부터 유통단계별 가격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농가들도 가격 조사를 반대했지만 유통구조 합리화를 이뤄야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고 설득했다. 이번 기회에 달걀 유통구조 문제를 전부 걷어내겠다.”

소비자가 안심하고 달걀을 살 수 있는 협회 차원의 대책이 있나.

“소비자단체에 1억~2억 원가량 지원해 판매된 달걀의 모니터링을 활성화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관리하는 눈이 많아야 불합리가 사라질 것이라 생각해 마련한 대책이다.”

정부, 대책만 내놓기 전에 구체성 갖춰야

[ 홍태식 기자]
[ 홍태식 기자]

대책들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달걀 문제가 해결될까.

“이 대책이 전부 시행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게 문제다. 정부가 GP 도입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세부 대책이 전혀 없다. GP를 어떻게 설계할 것이며 달걀 선별 및 검사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 계획 없이 의무화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업계와 의견 조율에 나서 세부 대책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산란계 사육면적을 마리당 0.05㎡에서 0.075㎡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대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가 업계 사정을 너무 모른다. 전국 농가가 모두 같은 케이지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형태와 크기가 다른 케이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각 농가에서는 사육두수를 얼마나 줄여야 할지 알기 어렵다. 게다가 사육면적을 0.05㎡에서 0.075㎡로 늘리면 생산량이 25%가량 줄어든다. 줄어든 달걀 생산량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태국 등 해외에서 수입하겠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 해외의 케이지 사육환경이 국내에 비해 좋다는 보장이 없다. 일례로 일본과 미국의 마리당 산란계 사육면적은 우리나라에 비해 좁다.”

같은 기간 동물복지 농장을 30%까지 늘리겠다고도 발표했다.

“정부가 2025년까지 막연하게 30% 늘리겠다고 하면 오히려 동물복지 농장의 씨가 마를 수 있다. 지금 운영되는 동물복지 농장은 대부분 오랜 기간 고생해 스스로 직거래 판로를 개척한 경우다. 하지만 직거래 수요는 한정돼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 동물복지 달걀의 새 판로를 확보해주지 않으면 공멸할 위험도 있다.”

동물복지 농장주들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판로 확보를 도와주면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생산비가 높은 동물복지 달걀의 특성상 운송료가 크게 들지 않는 지역에서 최대한 소화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 달걀을 납품해야 하는데, 동물복지 농장이 워낙 소규모라 교섭력이 없다. 정부가 이를 고려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2017년 110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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