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사망’ 유족들 “모든 사용자가 피해자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29일 15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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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질환 4단계' 피해 고 조덕진씨, 25일 사망
딸 "피해자가 왜 고통·피해를 피력해야 하나"
가습기 살균제 피해 6384명, 사망자 1403명
내달부터는 본사 앞 농성…합동분향소 운영
피해자 단체 "안용찬 전 애경대표 구속하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족들이 정부 판정에서 피해 ‘4단계’를 받은 후 최근 숨진 고(故) 조덕진씨의 장례 예배를 29일 열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주장하며 정부에 관련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단체협의회와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단체)는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고(故) 조덕진 장례예배 및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된 판정 기준을 철폐하고 모든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를 피해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체에 따르면 조씨는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사용자로 폐질환 4단계 피해자다. 그는 지난 20일 폐렴으로 강동경희대병원에 입원해 5일 만인 25일 오후 11시53분께 사망했다.

조씨는 본인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라고 신고했으나 환경부에서 폐손상에 대해 4단계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4단계는 ‘가능성 거의 없음’ 수준으로 사실상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 판정에 해당한다.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 조덕진님의 가족은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을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매일 사용했다”며 “이로 인해 한 가정에서 가습기살균제로 어머니와 아들 2명의 목숨을 잃은 가슴 아픈 사례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딘 피해 질환 인정으로 피해자들은 지금도 병상에서 아픔을 호소하고 신음하고 있다”며 “2017년 8월8일 문재인 대통령이 피해자 15명을 초청해 제대로 된 해결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무엇이 달라졌느냐, 이제는 청와대가 대답할 때”고 말했다.

조씨의 장녀 은혜씨는 “피해자는 피해자일뿐”이라며 “왜 피해자가 보상을 받기 위해 ‘내가 이 정도의 피해를 받았고 이만큼 힘들었다’ 식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피력을 해야 하고 그 피력에 의해 (피해를) 인정받아야 되나.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씨의 아버지 오섭씨는 “대한민국 헌법에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고 나와 있다. 이런 헌법을 위반하고 있는 게 정부”라며 “6000명을 웃도는 사람들이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어려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오늘 간곡히 부탁드리는 건 책임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체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사망자는 1403명, 피해자는 6384명이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조씨의 죽음을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인한 것으로 보고 사망자 수를 1403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했다.

단체는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로 자리를 옮겨 오후 1시부터 2차 기자회견을 진행, 옥시 본사의 사과 배상과 영업중지 등을 요구했다. 조씨의 영정사진과 빈관이 함께였다.
조씨의 아버지는 “빨리 3등급과 4등급을 폐지하고 일률적인 보상을 해야한다”며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장례를 치르기전에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단체는 또한 청와대와 환경부, 전문가, 피해자, 유가족이 함께하는 정례회의를 개최해달라고 요구했다. 3~4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설명도 듣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면서다.

피해자 중 한 명인 최숙자씨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이제는 해결을 봐야한다”며 “이곳에서 텐트를 치고 사망자와 함께 하겠다. 옥시는 나와 사과하고 배상하라”고 외쳤다.

단체는 내달 1일부터 옥시 본사 앞에서 사과 등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에 돌입할 계획이다. 농성장 한켠에는 가습기살균제 사망자 1403명을 기리기 위한 합동 분향소도 설치돼 시민들의 조문을 받을 예정이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안용찬 전 애경 대표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995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애경산업 대표로 근무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지난해 11월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의 전·현직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안 전 대표를 대상에 포함했다.

지난 26일 검찰은 안 전 대표와 애경산업 전직 임원 1명, 이마트 전직 임원 1명에 대해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안 전 대표 구속 심사는 30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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