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검사 1600만원도 받았다” 특임검사, 지검 ‘무혐의 처분’ 뒤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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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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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 혐의 사전영장

정모 전 부장검사가 건설업체 S사 대표 김모 씨에게서 그랜저 승용차를 받았다는 이른바 ‘그랜저 검사’ 의혹을 수사 중인 강찬우 특임검사가 그랜저 수수 행위를 뇌물수수로 결론 내렸다. 지난달 17일 강 특임검사가 재수사에 착수한 지 2주일 만에 그랜저뿐만 아니라 추가 금품수수 사실까지 밝혀냈다. 이에 따라 이전에 정 전 부장검사를 무혐의 처분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는 ‘부실 수사’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 1600만 원 수수 추가로 드러나

강 특임검사는 3일 고소사건 당사자인 S사 대표 김 씨에게서 사건 청탁 등의 대가로 그랜저 승용차 등 46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뢰)로 정 전 부장검사(현재 변호사)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강 특임검사에 따르면 정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1월 30일경 김 씨에게서 3400만 원 상당의 그랜저를 대금 대납 형식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정 전 부장검사는 그 대신 자신이 쓰던 2000년식 EF쏘나타(400만 원 상당)를 김 씨에게 건네줬다. 또 강 특임검사는 계좌추적 등으로 정 전 부장검사가 그랜저를 받은 시기를 전후한 2008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 사이에 김 씨에게서 여러 차례 현금과 수표 등 16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새로 밝혀냈다. 김 씨는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강 특임검사는 김 씨의 고소 사건을 맡아 피고소인들을 기소한 도모 검사는 부적절한 업무처리나 금품수수 사실이 없어 무혐의 처분하기로 했다. 검찰은 당시 도 검사실 직원이 1000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은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정 전 부장검사의 구속 여부는 7일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 “빌렸다” 주장하다 뇌물수수 인정


서울중앙지검은 정 전 부장검사가 그랜저 수수 의혹과 관련해 알선수뢰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올 7월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자 “대가 관계가 아니라 빌린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김 씨가 정 전 부장검사에게 했던 ‘부탁’도 “잘 검토해 달라”는 의례적인 수준에 불과하고 그랜저 대금도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모두 갚았기 때문에 뇌물로 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검찰의 판단은 특임검사의 재수사에서 정 전 부장검사가 그랜저 대금 외에도 16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근거를 잃고 말았다.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때 “승용차 대금을 빌린 것”이라고 주장했던 정 전 부장검사도 특임검사 수사에서 별도의 금품수수 사실이 드러나자 그랜저 대금 부분도 빌린 게 아니라 그냥 받은 것이라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부장검사가 2007년경부터 S사 대표 김 씨를 자주 만나며 사건 조언 등을 해주다 여러 차례 돈을 받은 사실이 밝혀진 게 이전의 ‘대차관계’ 주장을 허물어뜨린 결정타가 됐다.

결국 ‘부실 수사’가 되고 만 서울중앙지검의 수사에 대해 수사라인 문책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검찰청은 “검사 한 명이 고발사건을 수사한 것과 추가 의혹이 제기돼 특별수사팀을 꾸려 재수사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기존 수사팀에 책임을 물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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