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조건 성숙돼야 전작권 전환”… 미래연합司 승인 불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0일 03시 00분


文정부 첫 한미SCM 개최

손잡은 한미 국방 송영무 국방부 장관(오른쪽에서 다섯 번째)과 미국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9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확대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손잡은 한미 국방 송영무 국방부 장관(오른쪽에서 다섯 번째)과 미국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9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확대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한미 양국의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28일 처음 열린 연례안보협의회(SCM)의 핵심 현안은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 방식과 내용이었다. 또 내년 SCM까지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계획을 공동 보완키로 함에 따라 1년 뒤 전작권 전환 로드맵이 구체화할지 주목된다.

○ 상시 순환 배치보다 기습 배치

특히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전략무기의 정례적·고정 배치(상시 순환배치)보다 기습적인 군사작전식 배치와 전개의 효용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든 김정은 등 북 지휘부가 제거될 수 있다는 심리적 공포의 극대화를 노린 것이다. 지난달 B-1B 전략폭격기 편대가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북의 국제공역에 야간 출격해 벌인 초고강도 무력시위가 그 사례다. 군 관계자는 “미국이 더 과감하고 예측 불허의 무력시위를 진행하겠다는 의지가 확연했다”고 말했다.

F-22 스텔스 전투기 등 전략무기의 한국 배치는 북한의 표적이 될 수 있어 미국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매티스 장관이 공동기자회견에서 “미 전략자산은 전 세계에 도달할 수 있고 한미연합사령관이 요청하면 즉각 대응할 수 있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의미는?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지난해 SCM 성명에선 ‘적정한 시기에 안정적으로’라고 돼 있었지만 이번엔 ‘조건에 기초한 조속한 전환’으로 변경됐다. ‘조속히’보다는 ‘조건’에 방점이 찍혔다는 해석이 나온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전작권 조기 환수가) 시기를 빨리 당기는 게 아니라 조건을 빨리 성숙시켜 그 시간이 되면 환수한다”고 했다.

이번 SCM에서 전작권 전환 후 현 한미연합사령부를 대체할 ‘미래연합사령부’(가칭) 편성안 승인이 불발됐다. 군 관계자는 “미래연합사 예하 참모조직의 구성 문제를 더 논의하고 발전시켜 내년 SCM에서 다시 승인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SCM에서도 승인 여부가 불투명하고 승인이 돼도 추가 검증과 연합연습 등을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려면 최소 2, 3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빨라도 미래연합사 창설과 전작권 전환은 2020년대 초에나 마무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국 간 관련 협의와 절차가 더 늦어지면 현 정부 임기 내(2022년) 전작권 전환이 힘들 가능성도 있다.

향후 미국의 태도 변화 여부도 변수다. 한미연합사는 주한미군이 사령관, 한국군이 부사령관을 맡지만 미래연합사는 그 반대다. 한국군 사령관이 전시에도 2만8500여 명의 주한미군과 각종 전력을 작전 지휘하는 구조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세계 최강의 군대인 미군이 다른 나라 군대의 지휘를 받게 되는 첫 사례가 된다. 문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합의한 미래연합사 구조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수용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군 당국자는 “미국이 미래연합사를 수용하되 주한미군 핵심 전력과 미 전략무기 요청권은 미군 부사령관이 갖는 절충안을 제안해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무인공격기 등 최첨단 무기 도입 가속화, 전술핵은 불필요

양국이 미 최첨단 무기의 도입·개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해 한국군의 전력 증강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미국이 대외 판매를 금지해 온 공격·방어용 첨단 무기의 한국 판매를 허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송 장관은 관련 질의에 “대답하기 참 어렵다”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군내에선 그레이이글(MQ-1C)이나 리퍼(MQ-9) 등 무인공격기(UAV) 등이 ‘우선순위’로 거론된다. 이 무인공격기는 공대지미사일 등 최대 1.6t의 무장을 싣고 주야 전천후 정밀 타격 임무를 수행한다. 유사시 대북 참수작전에 최적의 무기로 평가된다.

전술핵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양국 장관은 반대를 분명히 했다. 송 장관은 “국익 차원에서 전술핵을 배치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이어 “전술핵을 배치하지 않아도 북한의 핵 도발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매티스 장관도 “우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북한의 비핵화이고 이를 위해 유엔, 중국, 일본 등과 함께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비핵화 원칙을 준수하면서 국제사회와 북핵 포기 압박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군 관계자는 “양국 장관이 한미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전술핵 배치 등 핵무장론에 쐐기를 박은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미국#전략무기#대북무력시위#한미 scm#매티스#한미동맹#미사일#북한#대북제재#대북군사압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