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잘 팔리는데 원화 5% 하락…기름값·수입물가 부담 커졌다

  • 뉴시스(신문)

AI 수출 호황에도 원화 약세…“수출 붐 속 통화 하락, 이례적”
韓 개인은 美기술주 매수, 외국인은 차익실현…당국은 외환거래 감시 강화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전광판에 코스피 등 지수가 표시되어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7763.95)보다 499.90포인트(6.44%) 오른 8263.85에,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996.93)보다 30.12포인트(3.02%) 상승한 1027.05에 거래를 시작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528.9원)보다 10.9원 내린 1518.0원에 출발했다. 2026.06.12. 서울=뉴시스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전광판에 코스피 등 지수가 표시되어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7763.95)보다 499.90포인트(6.44%) 오른 8263.85에,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996.93)보다 30.12포인트(3.02%) 상승한 1027.05에 거래를 시작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528.9원)보다 10.9원 내린 1518.0원에 출발했다. 2026.06.12. 서울=뉴시스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인공지능(AI) 투자 붐을 타고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원화 가치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5% 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약세와 에너지값 상승이 맞물리면서 기름값과 수입물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일본과 한국, 인도 등 아시아 주요국에서 통화 약세가 이어지자 각국 정부가 방어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한국 당국도 과도한 투기 거래를 막기 위해 외환거래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원화가 AI 투자 붐에 따른 수출 호황에도 약세를 보이는 점이 이례적이라고 짚었다.

통화 약세는 수출 기업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수입업체와 소비자에게는 부담이다. 수입물가가 오르고, 에너지 가격 상승분이 생활비와 기업 비용으로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WSJ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에너지 가격 상승이 아시아 통화 압박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과 한국은 에너지 수요의 80~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상당 부분을 중동에서 들여온다. 원유가 통상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에너지 수입 비용 증가는 달러 수요를 키워 통화 약세 요인이 된다.

아시아 각국도 통화 방어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올해 엔화 방어를 위해 700억달러 이상을 투입했고, 재무성 당국자들은 외환시장 참가자들에게 추가 개입 가능성을 시험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도 지난 9일 긴급 회의를 열고 3주 사이 두 번째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자본 유출을 막고 루피아화 하락을 저지하기 위한 조치다. 태국 바트화와 필리핀 페소화도 올해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다.

동아시아 경제 분석업체 이스트아시아이컨을 이끄는 폴 케이비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전부는 아니다”며 “아시아 통화는 그 이전부터 이미 약세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압박 요인은 미국이다. 미국 국채금리는 투자자들이 미국의 성장세 확대, 물가 상승, 재정적자 확대를 예상하면서 상승하고 있다. 미국과 아시아 국채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는 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해 아시아 통화를 약하게 만든다.

이달 발표된 미국 고용 지표가 강하게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말까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에 베팅하는 움직임도 커졌다. 미국 금리 상승 기대는 달러 강세와 아시아 통화 약세를 동시에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번 흐름에서 가장 이례적인 사례로는 한국이 꼽힌다. 한국과 대만, 일본은 미국 데이터센터 구축 붐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 광섬유 케이블, 첨단 소재 수요 덕분에 수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보통 수출이 늘면 달러 수입이 국내로 들어오며 통화 강세 요인이 되지만, 한국에서는 국내로 들어오는 자금보다 빠져나가는 자금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WSJ은 AI 붐에 올라탄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 기술주에 대거 투자했고, 한국 증시에서 큰 수익을 거둔 외국인 투자자들도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자금 유출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프레데릭 노이만 HSBC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학자로 일하면서 이런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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