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건축가’로 불리는 안토니 가우디(1852~1926) 타계 100주기를 앞둔 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변 곳곳에는 이 같은 문구의 포스터가 곳곳에 붙었다. 1882년 착공해 145년째 공사를 이어가고 있는 가우디의 걸작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성가정)의 건립 취지를 되새기자는 것이다.
유근형 특파원이 성당은 2월 첨탑 18기 중 가장 높고 중요한 ‘예수 그리스도의 탑’ 공사를 마무리하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약 172.5m) 교회 건물로 등극했다. 교황 레오 14세가 10일 이곳을 찾아 직접 가우디 100기를 추모하고 봉헌 미사를 집전할 계획이다. 가우디 100주기를 맞아 대성당을 다시 찾았다는 튀르키예 출신 무슬림 가브리엘 씨는 “사그리아 파밀리아 대성당은 특정 종교만의 것이 아니다. 무슬림에게도 많은 감동과 가르침을 준다”고 말했다.
●착공 144년 만 성당 중앙탑 완공
사그라파밀리아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톨릭 정신을 담아낸 걸작이다. 그리스도의 탄생, 수난, 영광을 각각 3개의 파사드로 형상화했다. 첨탑 18기는 예수, 마리아, 네 명의 복음사가, 열두 사도 등을 상징한다. 당초 네오고딕 양식으로 설계됐지만 벌집을 연상케 하는 첨탑, 나무줄기를 모티프로 한 다양한 기둥, 조개 껍데기 등 자연의 형태를 반영한 독창적 건축 언어를 구사했다.
사그라파밀리아 대성당 제공가우디는 이 성당 건립에 종교적 신념과 철학 예술혼을 투영했다. 성당 착공 다음해인 1883년 설계 책임자가 된 뒤 43년간 공사에 매달렸다. 일가친척의 연이은 죽음을 겪은 뒤인 1894년에는 극단적인 단식을 감행하기도 했다. 생전 저명인사였지만 성당에 기거하며 건축에만 몰두해 노숙인처럼 보였다고 전해진다. 결국 빈민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다 1926년 6월 전차에 치여 숨졌다. “가우디의 삶은 하느님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1936년 스페인 내전 당시 화재로 가우디의 도면이 상당 부분 소실되면서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 건립은 후대 건축가들의 몫이 됐다. 하지만 가우디의 삶의 태도가 성당 설계 곳곳에 반영됐다. 피조물인 인간의 건축물이 창조주를 넘어서면 안된다는 의도로 성당의 중앙 탑은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약 173m)보다 낮게 조성됐다.
● 가우디 설계에 AI 등 현재기술 접목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건축가 마우리시오 코르테스 씨가 9일(현지시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탑’ 완공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파리=유근형 특파원최근 완공된 ‘예수 그리스도의 탑’ 꼭대기 십자가 제작에는 인공지능(AI) 등 현대적 기술이 활용됐다. 십자가의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연 강판과 고강도 콘크리트층을 써 두께를 5㎝로 압축했고, AI, 드론 등을 활용해 제작 속도를 높였다.
예수 그리스도의 탑 건축을 총괄한 마우리시오 코르테스 씨는 “가우디는 늘 새로운 기술에 열려있었다”며 “가우디가 살아있었다면 프로그래밍 등 현대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기계가 결정을 내리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설계를 지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르테스 씨는 “가우디가 이 성당에 자신의 43년 인생을 바쳤고, 이후 여러 세대의 건축가 기부자 바르셀로나 시민들이 최선을 다해 여기까지 왔다”며 “가우디가 이 순간을 자랑스러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토니오 가우디 타계 100주기를 하루 앞둔 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10일 레오 14세 교황의 가우디 100주기 추모 미사의 준비 작업으로 대성장 주변 곳곳이 통제됐다. 파리=유근형 특파원성당의 주요 외관은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영광의 파사드’ 부분 공사, 성당 진입을 위한 대형 계단 설치 등 2030년대 중반까진 공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가우디의 설계로 추정되는 성당 앞 대형 광장을 설치하려면 주변 건물의 철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스페인 당국과 성당 측은 이 문제로 현지 주민과 상인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성당 인근 주민 니켈 씨는 “가우디도 서민들의 삶의 터전이 빼앗기길 원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광장 조성안을 비판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가우디 타계 100주기 미사 집전 하루 전인 9일 바르셀로나에 도착해 성 에울랄리아 대성당 기도회, 밤샘 기도회 등에 참석해 카탈루냐어 연설했다. 스페인 중앙정부와 오랜 갈등을 겪어온 바르셀로나 지역의 독자적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그는 “우리는 한계없이 창조됐다. 끊임없는 자극으로 가득한 문화 속에서 침묵과 내면을 가꾸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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