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처럼 국경지대 파괴”
민가에 폭탄 설치 뒤 원격폭발
인권단체 “주거 파괴는 전쟁범죄”
12일(현지 시간)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 불도저가 레바논 주택을 철거하는 모습이 이스라엘 북부에서 관측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모델’에 따라 국경 마을 모든 가옥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레바논 남부를 공격해 데이르 세르얀·타이베·나쿠라 등 3개 마을을 파괴했다. 이스라엘=AP 뉴시스
“모든 것이 사라졌다. 싹 없어져 버렸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공격으로 파괴된 레바논 남부 지역의 한 마을 주민은 절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마을은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소탕’이라는 이스라엘의 군사적 목표 아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영국 가디언은 12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레바논 남부 지역 마을 주민들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IDF는 지난달부터 레바논 남부로 진격해 데이르 세르얀, 타이베, 나쿠라 등 3개 마을 전체를 파괴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와 국경을 맞댄 이스라엘 북부 도시의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이 지역에서의 군사 작전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데이르 세르얀 마을 출신 피란민 아마드 아부 타암(56)은 2024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당시에도 피란했다가 귀향해 마을을 재건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희망을 잃었다. 그는 가디언에 “(2024년에는) 다시 돌아왔을 때 잃어버렸던 것을 되찾은 기분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는 모든 것이 사라졌고, 싹 없어져 버렸다”고 했다.
같은 마을에서 농사를 지었던 아마드 이브라힘(50) 또한 “적어도 전쟁 전에는 아름답고 전형적인 마을이었다”며 사라진 마을 풍경을 그리워했다. 그는 지난달 2일 IDF의 공격을 피해 마을을 떠나오면서 곧 집에 돌아올 생각으로 사진 몇 장만을 챙겨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이 사진 속에 담긴 풍경이 마을의 마지막 모습됐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이 마을들을 지도 상에서 지우기 위해 민가에 폭발물을 설치한 뒤 원격으로 대규모 폭발을 일으켜 건물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공격을 진행할 당시 ‘가자지구 모델’에 따라 국경 마을의 모든 가옥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 남부 지역에 있는 ‘라파’라는 마을에서 민가 90%를 파괴했던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인권단체들은 이 같은 이스라엘군의 폭발 작전이 ‘전쟁 범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쟁법에서는 합법적인 군사 작전을 제외하고는 민간인 주택을 고의로 파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또 가자지구에서 민간 주거지를 파괴해 특정 지역을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드는 ‘도미사이드’(domicide·거주 파괴) 전술을 실행했다는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학계에서는 이번 이스라엘의 레바논 민가 공격이 도미사이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레바논 담당 연구원인 람지 카이스는 “헤즈볼라가 레바논 국경 마을의 일부 민간 시설을 군사 목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마을 전체의 대규모 파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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