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은 OK-‘휴전’은 NO?…이란 지도부의 미묘한 입장 차이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4월 2일 09시 35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이란 새 정권의 대통령이 방금 미국에 휴전(ceasefire)을 요청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거짓말이고 근거가 없다(false and baseless). 미국 대통령의 우스꽝스러운 행태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이란과의 전쟁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전쟁의 끝’을 두고 양측의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휴전’이냐 ‘종전(ending the war)’이냐를 두고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 휴전에는 “거짓”…종전은 시사

먼저 이란은 미국의 ‘휴전’ 언급에는 굉장히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일(이하 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휴전 요청을 받았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응이 대표적이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이란 국영방송을 통해 “이란은 휴전 조건조차 제시하지 않았다”며 “침략자(미국·이스라엘)가 징벌받고 이란에 전액 배상할 때까지 전쟁은 계속된다”고 했다.

하지만 ‘종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열려 있는 모습을 보인다.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은 전날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의 통화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재발되지 않을 것이란 확실한 보장이 마련된다면 전쟁을 끝낼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대외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아라그치 장관도 스티브 윗코프 미국 백악관 중동특사로부터 “메시지를 받고 있다”며 미-이란 고위급 인사 간 물밑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이날도 미국인들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대립의 길로 계속 가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대가가 크고 무의미한 일”이라며 전쟁 종식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대리인으로서, 이스라엘 정권의 선동에 의해 이 침략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점도 시사했다.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 AP=뉴시스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 AP=뉴시스

● 지도부 와해-재침공 두려움 탓 휴전 피하는듯

공식적으로 휴전 가능성에는 선을 그으면서, 종전 의지는 보이고 있는 이란의 행태에 대해 일부 외신들은 이란의 내부 소통 및 군사 지휘 체계가 와해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지도부 인사가 대거 피살되거나 교체되면서 내부에서도 소통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0일 이란의 주요 군사 및 민간 정책 결정자들 간 연결 고리가 대부분 끊어졌고, 살아남은 인사들 역시 공습의 표적이 될 것이 두려워 통화 및 대면 회동을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에 대해 “(미국과 소통 중인) 이란 협상단조차 자국 정부가 무엇을 양보할 의향이 있는지, 누구에게 이를 확인받아야 하는지 모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이 ‘숨 고르기’ 이후 재침공에 나설 것이라는 두려움 탓에 휴전이 이란의 선택지에서 제외됐다는 분석도 있다. 페제슈키안 대통령이 종전 조건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재발되지 않을 것이란 확실한 보장’을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이란은 △적에 의한 침략 및 암살 중단 △전쟁 재발 방지 △전쟁 피해에 대한 배상 등 5대 종전 조건을 내세웠다. 이 중 전쟁 재발 방지를 가장 필수적인 조건으로 내세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일 “이란에서 상당히 빨리 철수할 것(out of Iran pretty quickly)”이라면서도 “필요하다면 정밀 타격(spot hits)을 위해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란이 우려하는 대목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이란이 보유하고 있는 농축 우라늄에 대해서 “지하 깊숙이 있어서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위성을 통해 항상 지켜볼 것”이라고도 했다. 언제든 이란을 향한 공격을 재개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휴전이 될 지, 종전이 될 지 정해진 것은 없지만 ‘전쟁의 마무리’를 위한 미국과 이란의 협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이날 익명의 소식통들 발언을 종합해 미국 정부 관계자가 이란과의 전쟁을 마무리하기 위한 외교적 협상을 위해 “이란의 외교장관과 국회의장이 암살 표적이 되지 않도록 하는 확실한 보장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란 지도자 두 명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암살 대상 명단에서 제외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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