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캄보디아 북서부 반테메안테이주의 한 피난소에서 주민들이 줄 지어 구호품 보급을 기다리고 있다. 캄보디아와 태국이 7일 국경지대에서 교전을 재개한 뒤 미국 중재에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반테메안테이=신화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휴전 중재에도 태국과 캄보디아가 교전을 이어가는 등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4일 보도했다. 특히 태국 정부는 군사 작전을 계속 펼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고, 캄보디아는 태국과의 국경을 전면 차단했다. 올해 10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휴전이 체결됐지만, 이달 7일 재발한 양국의 무력 충돌이 장기화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는 13일 “영토와 국민에 대한 해악과 위협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군사 작전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아누틴 총리와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와 각각 통화한 뒤 “모든 공격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했지만 전투를 계속하겠단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캄보디아 국방부는 태국군이 폭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태국과의 모든 국경 통행을 전면 차단했다. 캄보디아 국방부 관계자는 국경 차단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방콕 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선언 이후에도 교전을 벌이고 있다. 태국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자국 군 4명이 추가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충돌이 격화되자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전날 “말레이시아군 총사령관이 이끄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측단을 양국 국경에 배치하겠다”며 중재에 나섰다. 그는 “미국 정부가 위성 감시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훈 마네트 총리는 안와르 총리가 제안한 “13일 저녁부터 적대 행위 중단”을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시하삭 푸앙껫깨우 태국 외교부 장관은 “관측단에 협조하겠지만 협상이 선행돼야 한다. 전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휴전을 선언할 순 없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양측에 경고 메시지를 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3일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당사국이 올해 10월 평화 협정에 서명할 당시 약속한 사항을 완전히 이행할 것을 기대한다”며 “살상을 중단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누구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양국은 올 7월 11세기 크메르 유적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의 영유권을 두고 분쟁을 벌여 최소 48명이 숨졌다. 양측은 올 10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휴전 협정을 체결했지만, 두 달여 만인 7일 국경지대서 다시 무력 충돌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