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헐’ ‘어쩔’ 등과 유사한 맥락…미국 중학교 교실서 금지되기도
정확한 뜻 정의는 불가…기원은 가수 ‘스크릴라’, NBA 선수 ‘라멜로 볼’
ⓒ News1 DB
미국 대표 온라인 사전 사이트 딕셔너리닷컴(Dictionary.com)이 2025년 ‘올해의 단어’로 숫자 ‘67(Six Seven)’을 선정했다.
2일(현지 시각) 뉴욕포스트는 ‘딕셔너리닷컴’의 이같은 결과에 대해 “우리가 가장 특징적으로 봐야 할 부분은 ‘67’이라는 단어의 정확한 정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큰 의미가 없고, 어디에나 존재하며, 또 정확한 설명이 힘들다”며 “2025년의 새로운 언어적 흐름을 대표한다”고 분석했다.
또 매체는 “’67‘의 모호함”이라며 “크게 생각하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들이 바로 2025년을 상징한다”고 부연했다.
’67‘은 MZ세대보다 어린 ’알파 세대(Gen Alpha)‘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유행 중인 신조어다. 애매한 반응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 말보다 ’느낌‘을 전하는 언어로,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한 채 번갈아 올리는 ’어깨 으쓱‘ 제스처와 함께 쓰이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으로 치면 ’헐‘ ’어쩔‘ 등과 유사한 맥락이다.
어휘학 박사 스티브 존슨은 “이 단어는 농담이자 조크이며, 사회적 신호임과 동시에 퍼포먼스”라며 “’67‘을 외치는 건 단순한 밈이 아닌 ’느낌‘을 표현하는 행위”라고 분석했다.
“숫자가 어떻게 단어냐?”…어른들은 ’멘붕‘
’67‘은 지난 여름이후 포털사이트 내 검색량이 급증해 10월 말 기준, 6월 이후 조회수가 여섯 배 이상 폭등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에 대해 SNS에서는 “언제부터 숫자가 단어가 됐냐”, “문명이 퇴보하고 있다는 신호다”, “남성이 ’올해의 여성‘으로 뽑힌 꼴”이라며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이용자는 “모든 세대가 이해할 수 있고 아우를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우린 진화를 거꾸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선정 기관은 “만약 당신이 학부모라면 자녀가 ’67‘이란 말하는 순간 짜증을 느낄지도 모른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여름 이후 일선 초중고교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수십 번씩 ’67‘을 외치고, 집에서도 아이들이 대화 도중 느닷없이 이 숫자를 외쳐 모들이 어리둥절해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미언론들은 전했다. 미국의 한 중학교 교사는 SNS에 “교실에서 ’67‘이라는 숫자만 나와도 아이들이 단체로 외치며 수업을 방해한다”며 “결국 금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가수 스크릴라. 뉴욕타임즈)
뜻은 불분명하지만…기원은 ’스크릴라‘와 ’라멜로 볼‘
’67‘의 정확한 기원은 불분명하지만, 래퍼 ’스크릴라‘의 노래 ’Doot Doot‘에서 비롯됐다고 분석되고 있다. 해당 곡 가사 중 ’Six Seven‘이라는 구절이 반복되는데, 이 짧은 문장이 틱톡이나 숏폼 영상에서 ’밈‘처럼 활용되며 퍼지기 시작했다.
’Six Seven‘이라는 숫자가 주목받게 된 또 다른 계기는 nba 선수 라멜로 볼과 관련이 있다. ’론조 볼‘의 동생인 라멜로 볼은 샬럿 호네츠의 포인트가드로 그의 화려한 플레이 스타일, 독특한 이미지, 그리고 젊은 팬층 사이의 인기까지 더해져 ’67=최강 간지‘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후 키가 6피트7인치인 슈포스타 르브론 제임스 등도 밈의 대상이 되면서 숫자 ’67‘ 자체가 상징적인 숫자처럼 소비되기 시작했다.
미국 언론은 “숫자 ’67‘이 이토록 광범위하게 쓰이게 된 이유는 10대들이 ’이 단어의 뜻을 아는 건 우리뿐. 이곳은 우리만의 세계‘라는 소속감을 표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텍사스의 언어학자 살바토레 아타르도 교수는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를 일부러 사용함으로써 알파 세대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NBA 샬럿 호네츠의 포인트 가드 라멜로 볼. 유튜브 ’아무런 의미 없음‘이 문화가 된 시대
’딕셔너리닷컴‘은 매년 사회상과 트렌드를 반영하는 단어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해 왔다. 지난해에는 틱톡 뷰티 인플루언서가 유행시킨 ’드뮤어(demure·얌전한)‘, 2023년에는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왜곡을 의미하는 ’헐루시네이트(hallucinate·환각)‘가 뽑혔다.
올해는 ’67‘ 외에도 △broligarchy(남성 중심 사회) △Gen Z stare(Z세대의 무표정 눈빛을 의미) △trad wife(현모양처) 등이 후보군에 포함됐다.
딕셔너리닷컴 측은 “올해의 단어는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언어와 문화의 흐름을 담는 타임캡슐”이라며 “2025년은 ’의미 없음‘조차 의미가 되는 시대로 기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어학자들은 이번 현상에 대해 “단어가 사라지고 감정만 남은 가장 젊은 세대의 언어적 진화이자 숫자 하나로 소속감과 어른들과의 차별감을 느끼면서 웃고 떠들 수 있는 새로운 문화상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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