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총리될지 알수 없지만…” 내각 구성 먼저 한 다카이치

  • 동아일보

총리지명 선거 혼전 속 이례적 행보
고이즈미 방위상-하야시 총무상 등
총재선거 경쟁자 정부-당 간부 기용
위기의 자민당 내부 결속 다지기

“내가 총리로 선출될지 알 수 없다. 지금은 할 수 있는 일들을 할 뿐이다.”

일본의 새 총리 선출을 놓고 여야 간 세력 대결이 본격화된 가운데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사진) 집권 자민당 총재가 주변에 이렇게 밝혔다고 니혼TV가 14일 전했다. 이달 하순 예상되는 국회의 총리 지명 선거가 극심한 혼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다수당 총재인 그조차 선출을 낙관하기 힘들다는 경계심을 드러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카이치 총재는 차기 총리가 될 경우의 내각 구성을 이례적으로 미리 공개하며 정국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재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농림수산상을 방위상에,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을 총무상에 기용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앞서 외상에는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전 간사장 발탁을 검토 중인 것이 알려졌고, 이미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 전 경제안보상은 자민당 요직인 정무조사회장에 임명된 상태다.

이를 감안하면 다카이치 총재는 지난 총재 선거 경쟁자들을 모두 정부와 당의 간부로 기용하기로 한 것. 이에 대해 요미우리는 “자민당을 단결시키려는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26년 만에 공명당이 연립 정권에서 이탈해 위기를 맞은 자민당을 향해 우선 내부 단결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다카이치 총재의 ‘맞상대’로 떠오른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郎) 국민민주당 대표는 일본이 “완전히 새로운 정치 상황에 돌입했다”며 정계 개편이 시대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그는 요미우리에 “‘자민당 1강 시대’가 끝나고 다당 체제가 진행되는 가운데 새로운 정권 운영의 규칙과 방식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했다. 또 “총리가 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총리가 될 각오’를 재차 강조했다. 앞서 다마키 대표는 12일 지지자들을 만나서는 “(정국) 유사시에는 역시 국민민주당이 나서야 한다”며 향후 정국의 ‘키 맨’으로 나설 것을 약속했다. 그는 자민당과 입헌민주당 양쪽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처럼 다카이치 총재가 선출된 지 열흘이 되도록 새 정권의 연립 구성 윤곽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각 당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입헌민주, 일본유신회, 국민민주 등 제1∼3야당은 이날 저녁 간사장 회의를 열고 연정 가능성을 논의했다. 자민당 또한 양원 간담회를 열고 정국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당초 15일로 예상됐던 국회의 총리 지명 선거는 21일경으로 늦춰질 예정이다. 특히 ‘총총(총리와 총재) 분리’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정치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장 26일부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연이어 열리기 때문이다. 이에 새 총리 선출이 미뤄지면 퇴임을 앞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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