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6주 휴전’ 협정 위반 공방
‘트럼프 이주 계획에 반감’ 분석에
트럼프 “가자지구 복귀 권리 없다… 석방 안하면 지옥 열려” 계속 자극
아랍권, 대거 추방 ‘제2 대재앙’ 우려
“인질 석방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연기될 것이다.”(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토요일(15일) 정오까지 모든 인질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지옥이 열릴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합의해 지난달 19일부터 발효 중인 ‘6주간의 가자전쟁 휴전’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하마스가 15일 예정됐던 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10일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이스라엘은 군에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갖출 것을 지시하는 등 군사 조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휴전 협정 미준수를 석방 연기 이유로 꼽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소유 및 주민 이주 계획에 대한 반감을 나타내려는 의도가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팔레스타인인들은 가자지구로 돌아갈 권리가 없다”고 말해 다시 한번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을 자극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도 “하마스가 인질 일부가 아닌 전부를 석방하지 않으면 휴전 협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23년 10월 7일 발발한 가자전쟁 종식을 위한 휴전 협정이 결렬되고, 다시 한번 중동 정세가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질 석방하라” 가족들 시위 10일 이스라엘 국방부 청사 앞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들의 가족이 ‘인질 석방 연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휴전 협정을 어겼다며 15일로 예정됐던 인질 석방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텔아비브=AP 뉴시스
● 하마스 “이, 휴전 위반” vs 이 “최고 경계 태세 지시”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인질 석방을 연기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에서 “지난 3주 동안 적(이스라엘)의 (휴전 협정) 위반 사항을 면밀히 살펴봤다”며 “(이스라엘은) 난민들의 가자지구 북부 귀환을 지연시키고, 가자지구의 여러 지역에서 포격과 총격으로 난민들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또 “합의된 대로 모든 형태의 인도적 지원이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인질 석방 5일 전에 이 같은 성명을 낸 이유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이 의무를 이행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시간”이라며 이스라엘이 휴전 협정을 이행할 경우 인질 석방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하마스의 발표에 대해 “휴전 협정을 완전히 위반한 것”이라며 “가자지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이스라엘 남부 지역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하마스의 인질 석방 연기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가자지구 소유와 개발, 주민 이주 계획을 밝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에 따라 인질 석방 연기 이유는 이스라엘보다 트럼프 대통령이란 평가도 있다. 실제로 하젬 까셈 하마스 대변인은 10일 사우디아라비아 방송 알하다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팔레스타인 정부와 가자지구 행정에 대한 논의에는 열려 있지만 추방에는 열려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하마스는 8일 진행된 인질 석방을 앞두고도 “가자지구를 소유하려는 트럼프의 계획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 트럼프 휴전 취소 압박에 제2의 ‘나크바’ 우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에 대한 아랍권의 우려와 반발도 커지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들의 이주가 본격화될 경우 이들을 수용해야 할 나라 중 하나로 거론되는 이집트는 바드르 압델라티 외교장관을 미국에 급파하며 외교전에 나섰다. 압델라티 장관은 이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한 뒤 “아랍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 이집트 관계자들은 10일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으로 인해 미국이 휴전을 보장하지 못하게 됐고, 협상도 연기한다”고 말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도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11일 정상회담을 가지는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도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
아랍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소유와 주민 이주가 실제 추진될 경우 이스라엘 건국이 선포된 다음 날인 1948년 5월 15일 7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쫓겨난 사건을 뜻하는 ‘나크바’(아랍어로 ‘대재앙’)가 또 한번 초래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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