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놓치면 100년 기다려” 美 뒤흔든 개기일식 뭐기에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8일 2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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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8일(현지 시간) 북미 대륙을 관통한다. 달그림자 뒤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에 개기일식을 ‘검은 태양’이라고도 부른다. 사진은 2017년 8월 21일 미국 켄터키주 세룰리언에서 관측된 개기일식. 세룰리언=AP 뉴시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8일(현지 시간) 북미 대륙을 관통한다. 달그림자 뒤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에 개기일식을 ‘검은 태양’이라고도 부른다. 사진은 2017년 8월 21일 미국 켄터키주 세룰리언에서 관측된 개기일식. 세룰리언=AP 뉴시스

7년 만에 북미를 지나는 개기일식에 미국이 들썩이고 있다.

개기일식은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에 놓여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현상을 뜻한다. 미국에서 관측되는 개기일식은 2017년 8월 21일 이후 약 7년 만이다. 올해 개기일식은 8일(현지 시간) 멕시코 서해안부에서 시작해 텍사스~메인주에 이르는 미국 13여 개 주를 거쳐 캐나다 온타리오주까지 북미 대륙을 가로질러 진행된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검은 태양’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연방 당국은 개기일식 경로로 타 지역에서만 500만 명이 찾아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버몬트주 제이피크 리조트의 매니저는 미 CBS 방송에 4년 전부터 예약이 시작돼 인근 숙박시설 모두 방문객이 몰려들었다며 “주변에서 말하길, 사람들의 ‘흥분’은 진짜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1년 전 예약이 80건에 그쳤던 리조트는 일식 당일 800개 객실의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개기일식은 생애 한 번도 보기 어려운 현상으로 꼽힌다. 태양과 달, 지구의 상대적인 위치가 같은 곳에서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한 지역에 개기일식이 돌아오는 데 걸리는 평균 기간은 375년으로 알려져 있다.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을 기다려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뉴욕주는 1925년 이후 약 100년 만에 개기일식을 보게 됐다.

2017년 개기일식 경로(우하향 대각선)는 미 오리건주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주로 이어졌으나, 올해 개기일식(우상향 대각선)은 멕시코 국경에서 미 텍사스주로 넘어가 메인주에서 캐나다 상공으로 빠진다. 사진 출처 미 항공우주국(NASA) 홈페이지

이번 개기일식은 2017년보다 많은 지역에서 더 오래 관측된다는 점도 관심을 끌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7년 전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경로의 너비는 62마일~71마일(약 100km~114km)였으나 올해는 108마일~122마일(174km~196km)에 이른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만 약 3160만 명이다.

CBS는 경제분석회사 페리먼그룹을 인용해 이번 개기일식이 약 60억 달러(8조1000억 원)의 경제효과를 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페리먼은 수십 년에 한 번 있는 일인데다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여행 수요가 회복됐다는 점에서 관광업 등에 지출이 폭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크리스피크림은 오레오사와 협업해 한정판 ‘개기일식 도넛’을 출시했다. 개기일식 관측용 안경도 함께 판매한다. 사진 출처 크리스피크림 X(구 트위터)
크리스피크림은 오레오사와 협업해 한정판 ‘개기일식 도넛’을 출시했다. 개기일식 관측용 안경도 함께 판매한다. 사진 출처 크리스피크림 X(구 트위터)

기업들은 개기일식을 기념하는 프로모션에 나섰다. 세계적인 도넛 체인점 크리스피크림은 과자 브랜드 오레오와 협업해 ‘개기일식 도넛’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과자업체 프리토레이 북미지부는 개기일식이 진행되는 약 4분 30초 동안 한정판 ‘개기일식 썬칩’을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를 기획했다.

대규모 인파가 예상되는 지역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이 ‘최적의 관측 장소’로 꼽은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 일대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시는 해당 지역서 45년 만에 관측되는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당일 100만 명이 몰릴 것으로 추산했다. 미 뉴욕주는 안전상의 이유로 개기일식 기간 중 관내 교도소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수감자 6명이 소송을 걸기도 했다.

희귀한 이벤트를 앞두고 미국에선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 세계를 다니며 개기일식을 11차례 관찰한 마이클 자일러는 로이터에 “개기일식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 광경에 넋을 잃게 된다”며 “인생 최고의 경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일대 천문학과 프리얌바다 나타라잔 교수는 미 뉴욕타임스에 “인류가 두 발로 서서 밤하늘을 보게 된 순간부터 천문학적 현상은 항상 경외(敬畏·공경하면서 두려워함)의 원천이었다”며 “격변하는 시대에 집단적인 경외를 경험하는 것은, 우리가 매일매일의 소음과 혼란을 초월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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