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구호단체 오폭에… 美英도 “경악, 책임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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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호위 요원, 하마스 대원 착각”
영국인 3명-미국인 1명 등 포함
가자 구호품 전달 직원 7명 사망
바이든 “최악”… 수낵도 조치 요구

구멍 뚫린 구호차량…  내부는 전소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이 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에서 구호 식량을 전달하고 돌아가던 중 이스라엘의 
오인 폭격을 맞아 차량 윗부분에 큰 구멍이 뚫렸다(위쪽 사진). 사고 차량 내부 또한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검게 그을렸다.
 이로 인해 미국인, 영국인 등 WCK 소속 요원 7명이 숨지면서 이스라엘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데이르알발라=AP 뉴시스
구멍 뚫린 구호차량… 내부는 전소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이 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에서 구호 식량을 전달하고 돌아가던 중 이스라엘의 오인 폭격을 맞아 차량 윗부분에 큰 구멍이 뚫렸다(위쪽 사진). 사고 차량 내부 또한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검게 그을렸다. 이로 인해 미국인, 영국인 등 WCK 소속 요원 7명이 숨지면서 이스라엘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데이르알발라=AP 뉴시스
이스라엘의 오인 폭격으로 국제 구호단체 직원 7명이 목숨을 잃는 참변이 발생하자 사망자 중 자국민이 포함된 영국, 미국 등이 “철저히 사태를 조사해야 한다”며 강도 높게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제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하는 구호단체마저 폭격한 이스라엘의 ‘고삐 풀린 행보’에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영국인 3명을 비롯해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의 직원들이 숨진 사건에 경악했다.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총리실을 통해 밝혔다. 가자지구에서 너무 많은 민간인과 구호요원 등이 희생당하는 점을 언급하며 민간인 보호를 위한 추가 조치를 이스라엘 정부에 요구했다고도 덧붙였다.

미국 백악관도 이번 사건에 분노를 나타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직접 성명을 내 “미국인 1명을 포함해 WCK 직원이 사망한 데 격분했고 비통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역사상 최악의 구호요원 사망 사건 중 하나이며 이스라엘은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WCK의 창립자인 스페인 출신의 유명 요리사 호세 안드레스에게도 위로 전화를 걸어 “구호요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이스라엘 측에 분명히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WCK 요원들은 참변 당시 키프로스로부터 선박에 싣고 온 구호품 전달을 돕고 있었는데 이스라엘군은 WCK 직원들을 보호하던 무장 보안요원을 하마스 대원으로 착각해 이들 차량을 폭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WCK는 사건 발생 직후 식량 운송을 중단했다.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점도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을 받은 가운데 오폭 사건까지 연이어 터지며 이스라엘은 점차 궁지에 몰리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무고한 사람들에게 의도치 않은 공습을 했다”고 책임을 빠르게 인정한 점을 두고도 “미국, 영국 등 우방국의 사망자가 발생해 대응한 것”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앞서 다른 피해에 대해선 아예 대응하지 않거나 책임을 미루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미 구호단체 자료를 분석한 BBC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후 가자지구에서만 196명 이상의 구호단체 직원이 숨졌다. 사망자 중 170여 명은 유엔난민구호기구(UNRWA) 등 유엔 산하 기관 직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이스라엘은 UNRWA의 직원 가운데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가담한 직원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구호단체 오폭#하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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