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변호인 “3월23일 이후 한국 송환”…美는 “여기 데려올 것”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해 몬테네그 법원이 한국 송환 결정을 내린 가운데 권 대표 측 변호인은 권 대표가 오는 23일 이후 한국 땅을 밟을 것으로 내다봤다.

몬테네그로에서 권 대표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고란 로딕 변호사는 7일(현지시간) 미국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몬테네그로에 구금된 권 대표가 위조여권으로 인한 복역 기간을 마친 뒤 23일 한국으로 인도돼 형사재판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로딕 변호사는 몬테네그로 법원의 한국 송환 결정에 대해서는 “사건 파일에 있는 증거와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이날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 대표의 미국 송환을 결정한 기존 판결을 뒤집고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이는 앞서 지난 5일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이 권 대표 측 항소를 받아들여 미국 인도를 결정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원심에 재심리를 명령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항소법원은 한국 법무부가 지난해 3월 24일 영문 이메일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미국보다 사흘 빨랐다며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미국 송환 판결에 흠결이 있다고 판시했다.

현재 한국 경찰은 권 대표를 한국으로 송환하기 위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경찰청은 이날 인터폴사무총국에 “대상자(권도형)가 한국으로 인도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는 내용의 전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반면 미 법무부는 몬테네그로 법원의 결정에 사실상 불복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 법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모든 개인이 법의 지배를 받도록 보장하는 몬테네그로 당국의 협조에 사의를 표한다”며 “양자협정과 국제조약을 토대로 권씨의 신병 인도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라폼랩스에서 발행한 테라와 루나는 2022년 5월 폭락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추산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400억 달러(약 53조 원) 상당의 피해를 입혔다. 같은 해 9월 한국 검찰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권 대표를 상대로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며, 이듬해 3월 미 뉴욕 검찰은 증권사기와 시세조작 등의 혐의로 권 대표를 기소했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 한달 전 한국을 출국한 권 대표는 11개월간 도피 행각을 벌이다가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돼 지금까지 현지에 구금됐다. 현지법상 범죄인 인도 집행 권한은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에게 있다.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은 지난해 11월 현지 방송에 권씨 인도와 관련해 “정치적인 문제”라며 “미국은 우리의 주요 외교정책 파트너”라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지난 1월 미 맨해튼 연방법원이 권 대표 재판 기일을 오는 3월 25일로 2개월 연기하면서 외신들 사이에선 권 대표의 미국행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지난달 21일 권씨의 미국 인도 결정을 내리면서 미국행이 확정되는 듯했지만 항소법원이 원심을 파기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권 대표가 한국에서 재판받을 경우 미국 송환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받을 전망이다. 한국은 경제 사범의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시행하고 있다. 맨해튼 연방법원은 지난해 11월 암호화폐 거래소 FTX를 설립한 뱅크먼 프리드에게 사기 등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110년을 선고한 바 있다.

암호화폐 업계 변호사들은 권 대표의 한국 송환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스완 비트코인 상무이사인 테렌스 양 변호사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테라·루나 폭락으로 인한 “피해자 규모와 금액 모두 미국이 가장 많다”면서 “몬테네그로 법원이 가벼운 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한국으로 권씨를 인도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결정”이라고 질타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