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野대표 ‘총리 패싱’ 訪美… 네타냐후 “총리는 나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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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츠, 워싱턴 찾아 전쟁 해법 논의
내각 승인 안 받고 총리에도 ‘통보’
네타냐후 리더십 안팎으로 흔들
이, 휴전협상 대표단 파견 안해

이스라엘 전시내각에 ‘무임소(無任所) 장관’으로 참여한 야당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가 전쟁 해법 등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찾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사전 승인도 받지 않은 행보다. 총리는 나 하나뿐”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으나 강경 일색인 네타냐후의 리더십이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간츠 대표는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등을 만나기 위해 이날 워싱턴에 도착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렛 맥거크 중동 특사 등과도 만날 예정으로 휴전 협상 및 전후 구상, 구호품 전달 등을 다각도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간츠 대표의 방미가 내각 허가를 정식으로 받지 않고 진행됐다는 점이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네타냐후 총리도 이틀 전에 갑작스레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간츠 대표 측은 성명을 통해 “1일 개인적으로 총리에게 연락해 방미 의사를 알렸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간츠의 독자 행보에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국방장관 출신인 간츠 대표는 전시내각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이스라엘 내에선 네타냐후 총리의 오랜 정적(政敵)으로 꼽힌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여권 관계자를 인용해 “총리는 간츠 대표에게 ‘총리는 나 하나뿐’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인질 석방 및 휴전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은 데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구호트럭 참사’ 등 민간인 피해가 확산되며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간츠의 방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네타냐후에 대한 좌절감이 최대치에 이른 순간에 이뤄졌다”며 “미 행정부 내에선 함께 일하기엔 네타냐후보다 간츠가 낫다는 분위기도 일고 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의 전시내각이 분열되는 징후는 이전에도 감지됐다. 전시내각에 참여 중인 가디 아이젠코트 전 육군 참모총장도 1월 이스라엘 방송에 출연해 “대중은 더 이상 네타냐후의 지도력을 신뢰하지 않으므로 새로운 선거가 필요하다”고 공개 비난했다.

한편 이집트 카이로에서 미국과 카타르 등이 중재하는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에 이스라엘이 당초 관측과 달리 3일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내각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생존 인질자 명단 등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마스 대표단은 카이로에 도착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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