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서 42세 여성 마을주민들에 알몸으로 전봇대 묶여 무차별 구타당해

  • 뉴시스
  • 입력 2023년 12월 27일 20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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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다른 남자와 결혼앞둔 여자데리고 도망치자 "행방대라"며 폭행
비슷한 사건 반복되는데도 처벌 미약해 끊기지 않고 이어져
인권 운동가들 "범죄 억제 못하고 여성들 해칠 뿐…정의에 대한 조롱"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 벨라가비 지역 호사 반타무리 마을에서 지난 11일 사시칼라(가명)라는 42살의 여성이 24살 된 그녀의 아들이 다른 남자와 결혼하라는 강요를 받던 18살 여자친구를 데리고 도주했다는 이유로 새벽 1시가 넘은 시간 마을 주민들에 의해 끌려나와 발가벗겨진 채 마을 행진을 강요받은 뒤 전봇대에 묶여 구타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달아난 여성의 가족들과 마을 주민들은 사시칼라에게 달아난 남녀의 행방을 대라며 새벽 4시 넘어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3시간 넘게 무차별 구타를 이어갔다.

12명이 넘는 사람들이 체포됐고 현지 경찰관 1명이 “직무유기”로 정직당했다. 영 BBC는 사시칼라(가명)라는 이 여인이 당한 사건은 인도 사회에 격분을 일으켰지만, 인도 국민들에게 이러한 사건은 친숙하며, 법률 전문가들과 양성 권리평등 운동가들은 인도 법률은 여전히 여성에 대한 극악무도한 범죄를 다룰 준비가 돼 있지 못하다고 개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 형법에 따르면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가해지는 처벌은 3∼7년의 징역형에 불과하다. 죄질에 비해 형량이 매우 불충분하다. 수크리티 초한이라는 인운동가는 “인도 형법은 범죄를 억제하지 못하고, 여성들을 해친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의 법률은 정의를 조롱할 뿐”이라고 말했다.

카르나타카 고등법원은 “마을 주민 50∼60명이 폭행에 가담했다. 이러한 잔혹한 행위를 막으려면 집단적 책임이 필요하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카르나타카주는 사시칼라에게 정의 실현을 약속했지만, 실제로 그녀에게는 약간의 보상금과 농지가 제공됐을 뿐이다.

인도에서는 지난 7월 북동부 마니푸르주에서 두 종족 간 인종충돌의 와중에 여성 2명이 알몸으로 행진을 강요당하는 것이 있었고, 한 달 뒤인 8월 라자스탄에서도 20세의 임산부가 남편과 시댁 식구들에 의해 강제로 알몸 행진을 해야만 했다. 또 2021년 7월 구자라트에서 23살 여성이 다른 남성과 도피했다는 이유로 알몸 행진을 하는 처벌을 받는 등 비슷한 사건들이 반복되면서 그때마다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있지만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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