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중매체 사주 지미 라이 재판 오늘 개시…80일 소요

  • 뉴시스
  • 입력 2023년 12월 18일 12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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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인정시 종신형 선고 가능성
"1997년 홍콩반환후 가장 주목받는 언론인 관련 재판"

홍콩 반중매체 빈과일보 사주인 지미 라이(76)의 국가보안법 재판이 국제사회 주목 가운데서 18일 시작됐다. 80일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재판은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홍콩 언론인 재판 중 가장 주목받은 사건으로 평가된다.

중국 관영 중앙(CC) TV는 “넥스트 디지털(빈과일보 모회사) 설립자이자 ‘반중분자’ 리즈잉(지미 라이 중국명)의 외세와 결탁, 국가보안 위협 등 혐의에 대한 재판이 홍콩 서카오룽 법원에서 시작되고 심리 과정은 80일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라이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지 3년 만에 열리는 이번 재판은 홍콩국가보안법이 2020년 6월30일 시행된 이래 가장 관심을 받는 사건이다.

CNN은 이번 재판에 대해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홍콩 언론인 재판 중 가장 주목받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재판에서는 홍콩 보안법 위반, 외세와 결탁, 홍콩 민주화 집회 조직, 시위에 참가, 선동적 출판물 배포 등 혐의를 따진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정부나 단체 등에 홍콩과 중국에 대한 봉쇄나 제재 조치를 촉구하는 행위”를 ‘외세결탁죄’로 규정하고 있다. 외세결탁죄가 인정돼 유죄가 확정되면 3~10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중대한 위반행위를 한 때는 10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라이에 대한 재판은 홍콩 정부가 임명한 3명의 판사가 배심원 없는 상황에서 진행되며 라이가 요구한 영국 변호사 선임도 거부된 상황이다.

◆의류업체 사장에서 반중 매체 사주
라이는 1960년 홍콩으로 밀항한 이후 파산한 의류공장을 인수해 사업을 일궜고, 이를 바탕으로 1981년 브랜드 ‘지오다노’를 설립해 억만장자가 됐다.

라이는 우연히 미국 출장길에 한 피자가게에 들렸는데 음식의 맛과 서비스가 마음에 들어 홍콩에 돌아와 이를 브랜드 이름으로 정하고, 홍콩지오다노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오다노는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잡으면서 유니섹스 편상복 가운데서 편안함에 치중했는데 이는 IMF 경제 위기 이후 최첨단 유행보다는 편안하게 부담없이 누구나 입을 수 있고 활동하기 편한 옷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에 잘 맞았다. 고객 충성도를 위해 합리적인 가격도 브랜드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라이는 1995년 민주, 반중 성향의 빈과일보를 창간했다. 특히 빈과일보는 2014년 7월 ‘우산혁명’ 이후 홍콩 민주화 운동을 대표하는 매체가 됐다. 그러다 중국이 홍콩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는 과정에서 홍콩 당국의 압수수색과 자산 동결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6월 폐간됐다.

라이 역시 홍콩국가보안법의 ‘최우선 표적’이 됐다.

그는 불법집회 참여 및 독려 혐의, 사기 혐의로 2020년 12월 구속기소됐다. 그 사이 지미 라이는 사기죄로 징역 5년 9개월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긴장 속 법원 경계 강화
홍콩 보안 당국은 라이의 재판을 앞두고 법원 경계를 강화했다.

크리스 탕 홍콩 보안국장은 “라이 재판이 시작하는 서카오룽 법원에서 순찰을 강화하고 폭발물 탐지견을 배치해 수색을 진행하고 엑스레이 검사기를 투입해 방청객들의 소지품을 검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재판을 방해하거나 사법 절차에 관여하는 이들을 위협하는 자에 대해 즉시 단호한 대응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방 우려 “즉각 석방해야”
미국 등 서방국은 라이 재판에 대해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며 석방을 촉구했다.

17일(현지시간) 미 국무부는 매슈 밀러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미국은 중국의 국가보안법에 따라 홍콩에서 민주화 운동가이자 언론 소유주인 지미 라이가 기소된 걸 규탄한다”면서 “라이가 1000일 넘게 미결 구금(pre-trial detention) 상태에 있고, 홍콩과 중국 당국은 라이의 법적 대리인 선택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우리는 중국과 홍콩 당국이 홍콩의 언론 자유를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지미 라이를 비롯해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려다 수감된 모든 이를 즉시 석방하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도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라이의 석방을 촉구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부 장관은 성명에서 “‘정치적 동기’로 기소된 영국 시민 지미 라이의 석방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캐머런 장관은 또 ”유명한 언론인이자 출판인인 라이는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향한 평화로운 권리 행사를 막으려는 명백한 시도의 표적이 됐다“면서 ”중국 당국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이 법에 따라 기소된 모든 개인에 대한 기소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홍콩국가보안법이 ‘중영 공동선언’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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