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장기화에 우크라 지원할 돈이 없다…美 정치권 분열·유럽은 이견

  • 뉴스1
  • 입력 2023년 12월 5일 09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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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에 막대한 금액을 조달해 온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추가 예산 확보에 고군분투하며 서방의 지원에 빨간불이 켜졌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지난 3일 의회에 보낸 공개 서한을 통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지정된 자금이 연말까지 소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도 우크라이나에 4년간 500억 유로(약 70조9980억원)를 지원하려는 계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美 백악관 예산국장 “연말이면 자금 다 쓴다” 경고

샬란다 영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의회의 조처가 없다면 연말까지 우크라이나를 위해 더 많은 무기와 장비를 조달할 수 있는 자원이 고갈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 국장은 구체적으로 11월 중순까지 미국 국방부가 받은 추가 자금 623억 달러(약 81조6000억원) 중 97%가 사용됐고, 국무부는 할당된 군사 지원 자금 47억 달러(약 6조1546억원)를 모두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미 의회가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재정·인도적 지원 예산을 승인한 건 지난해 12월 450억 달러(약 59조원)다. 공화당이 지난 1월 하원을 장악한 이후 어떤 자금도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자금줄이 막히자 백악관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대만 지원, 국경 보호 등으로 1060억 달러(약 138조7700억원)에 달하는 패키지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양측에 대한 지원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이스라엘·우크라이나 패키지 지원안이 아닌 이스라엘만을 단독으로 지원하는 143억 달러(약 18조7215억원) 규모의 지원안을 통과시켰다. 이 지원안이 상원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작지만, 미 행정부 내부의 분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는 상원 일부 국회의원들은 미국 남부 국경을 통해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이민·망명 절차와 우크라이나 지원을 한 데 묶은 초당적인 거래를 타결시키려고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이러한 소식을 전하면서도 “이 협상은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측에서는 미군 기지에 수용소를 두거나 어린이를 장기간 구금하는 등 민주당이 지지할 수 없을 정도로 강경한 이민 정책을 요구했다는 것.

◇EU 27개 회원국 만장일치 필요…헝가리·네덜란드·독일 변수

EU 역시 우크라이나 지원을 두고 회원국의 반발에 직면한 상태다.

EU는 오는 14~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4년간 500억 유로 추가 예산을 투입하는 방안과 관련해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사안에 정통한 유럽연합 관리들은 FT에 말했다.

EU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보조금 170억 유로(약 24조1260억원)와 대출 330억 유로(약 46조8200억원)로 구성된 예산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4년간 총 500억 유로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추가 예산안의 최대 걸림돌은 다름 아닌 헝가리와 네덜란드다. 예산안 통과를 위해서는 EU 27개 회원국이 모두 찬성해야 하는데, 대표적인 친(親)러 성향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달 22일 네덜란드 조기 총선에서 극우 성향인 이르트 빌더르스 대표가 이끄는 자유당(PVV)이 승리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했다.

이 밖에도 독일 헌법재판소는 독일 정부의 올해와 내년 예산이 헌법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지원은 물론 연료비 지원액마저 삭감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FT에 “예산 합의가 매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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