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안보 차원 AI 규제 행정명령 서명…AI 패권 다툼 본격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31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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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8 워싱턴=AP/뉴시스
2023.10.08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인공지능(AI)이 핵무기나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제작에 활용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AI 안전성 평가를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I 패권을 둘러싼 미중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AI가 적국이나 테러단체의 손에 들어가 미국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지 못하도록 사전 차단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 바이든 행정부는 6·25전쟁 당시 정부가 민간기업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한 국방물자생산법까지 적용한 강력한 AI 규제를 내놓으며 AI를 핵심 국가 전략기술로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 AI 개발 전 취약점 찾는 ‘레드팀’ 구성 의무화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서명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개발 및 사용’ 행정명령은 AI에 대한 미국 정부의 첫 번째 규제 조치다. 이 행정명령은 머신러닝 등 AI 훈련부터 개발, 생산과 서비스까지 전 분야에 대한 규제를 담고 있다. 백악관은 “AI 시스템의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포괄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행정명령은 AI 개발 시 사전에 취약점을 찾아내는 ‘레드팀(Red Team)’을 의무적으로 구성해 안전성 테스트 결과를 정부에 보고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미 에너지부가 AI 모델 평가 도구를 개발하는 등 테스트 지침을 9개월 내에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행정명령은 AI 테스트 지침과 관련해 “최소한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중요 인프라와 에너지 안보 등에 얼마나 위협이 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평가 도구를 개발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상업용으로 개발된 AI도 언제든 무기 제작 등 군사적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만큼 AI 개발 단계에서부터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 WMD 제작이나 미국 전력·통신·교통망 등 핵심 인프라에 사이버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기업들이 새로운 AI 모델을 개발할 때 상무부에 개발 의도와 훈련 계획, 사이버 보안 조치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와 함께 국가안보회의(NSC)에는 적국이 AI를 활용해 미국이나 동맹국에 위협을 초래할 가능성, 미국이 AI를 국가안보 강화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담은 ‘AI 국가 안보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했다.

가짜 정보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AI 콘텐츠에 워터마크를 부착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서명식에서 “사기꾼들은 (AI로) 3초면 여러분의 목소리를 녹음해 따라 할 수 있다”며 “나도 (AI로 만든) 내 영상을 몇 개 보고 ‘도대체 내가 언제 저런 말을 했지’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행정명령에서 미국저작권청장에게 180일 이내 AI 학습 관련 저작권 지침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AI 학습에 사용되는 창작물과 뉴스에 대한 저작권 보호 권고안을 마련하도록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 예산을 통해 군사, 의료 등 핵심 분야에서 AI 개발을 지원하고 핵심 인재를 유치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 ‘AI 정상회의’ 1일 영국서 열려
바이든 대통령이 1일 영국에서 열리는 AI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날 행정명령을 발표한 것은 미국이 AI 규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럽이 올해 안에 AI 규제 법안을 내놓기로 한 가운데 주요 7개국(G7)은 지난달 30일 AI 콘텐츠에 워터마크를 부착하도록 하는 등 11개 행동강령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AI에 대한 도전이 세계적인 만큼 미국이 리더십을 계속해서 발휘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G7이 최근 발표한 11개 강령은 AI 기술의 효용을 살리면서도 그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이 강령에는 ‘인권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방법으로 고도의 AI를 개발·도입해서는 안 된다’, ‘사용자가 AI에 의해 생성된 콘텐츠를 식별할 수 있도록 인증 메커니즘을 도입한다’, ‘국제적인 기술 규격에 맞게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개인정보 및 지식재산권을 보호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1일 열리는 AI 정상회의에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비롯해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등이 참석한다. 한국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회의에 참석한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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