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펜스에 “충성스럽지 못해…나는 훌륭한 대통령, 그는 부통령이었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30일 15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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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접은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자 “충성스럽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 전문 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8일(현지 시간) 라스베이거스 한 행사에서 펜스 전 부통령의 경선 출마 포기를 두고 “펜스는 나를 지지해야 한다. 왜냐면 나는 훌륭하고 성공적인 대통령이었고 그는 부통령이었기 때문이다”라면서 “정치에서 사람들은 매우 불충(disloyal)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펜스 전 부통령은 이날 경선 포기를 발표하면서 “국가를 정중하게 이끌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말했다.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부통령을 지낸 펜스 전 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도 그의 러닝메이트였다. 하지만 그해 대선에서 패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선 사기’를 주장하며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키자 펜스 전 부통령은 그와 갈라섰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9일 ‘마이크 펜스는 악마와의 거래(Devil’s Bargain)를 피해갈 수 없었다’는 기사에서 “펜스의 (내년 대선) 선거운동이 실패한 원인은 아마도 2016년 러닝메이트 제안을 받아들인 것에서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인디애나주(州) 6선 연방 하원의원과 주지사를 지내며 보수주의 기독교를 대표해왔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손을 잡기 전까지 그는 “뉴욕 퀸즈 태생의 바람둥이 기업가이자 카지노 소유주인 트럼프의 자유분방한 방식에 불만을 품었다”고 한다.

2016년 주지사 재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손을 잡으면 전국구 정치인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 러닝메이트 제안을 수락했다. 하지만 NYT는 “2021년 트럼프와 결별하고 트럼프에 도전한 펜스의 결정은 트럼프를 화나게 했으며 오늘날 당 대다수인 트럼프 지지자들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펜스는 2001년 (하원의원) 첫 당선 이후 가장 암울한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한 표가 아까운 다른 공화당 후보들은 펜스 전 부통령 지지를 얻으려 하고 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X(옛 트위터)에 “펜스 전 부통령은 보수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쉼없이 일해 온 신앙 가득한 사람”이라며 “펜스가 다음에 할 일에 행운을 기원한다”는 글을 남겼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도 한 유대계 행사에서 “펜스는 훌륭한 봉사자였으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위해 싸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여전히 다른 공화당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28일 더힐에 따르면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56.9%로 단연 선두였고 디샌티스 주지사가 14.1%로 뒤를 이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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