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나노 생산’ TSMC에 몰린 美큰손들…“‘메이드 인 아메리카’ 환영”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7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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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 시간)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TSMC 장비 반입식은 미국과 대만의 ‘반도체 동맹 행사’를 방불케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을 대표하는 애플의 팀 쿡, 미국의 대표적 반도체 관련 기업 엔비디아 젠슨 황, AMD 리사 수 등 미국 주요 빅테크 최고경영자(CEO),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등 양국의 반도체 거물들이 이례적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이날 TSMC의 3나노 공장 건설 발표가 “역사적 순간”이라며 함께 샴페인을 터뜨렸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제조는 못했다. TSMC가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 것이다. 한국 반도체 업계에서도 “미국과 대만의 반도체 밀월 관계를 대외적으로 보여줬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TSMC와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더욱 긴장의 끈을 조일 수밖에 없게 됐다.

● 미국-대만 반도체 동맹
애플은 아이폰, 맥북뿐 아니라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을 위한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는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AMD는 AI에 필수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를 도맡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주로 대만 현지 TSMC 공장에 반도체 위탁 생산을 맡겨 왔지만 중국의 대만침공 위협, 미중 갈등으로 인한 공급망 리스크를 우려해 왔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전략을 앞세워 첨단 산업의 미국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브라이언 디즈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의 몰락한 반도체 생태계를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주도하는 위치로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정부는 전략적으로 최첨단 반도체의 해외 생산을 사실상 금지해 왔다. 하지만 미중 갈등과 중국의 대만 위협 속에 미국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최첨단 공장의 미국 건설을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 TSMC-삼성 3나노 격돌
올해 세계 최초 최첨단 3나노미터(nm) 반도체 양산에 들어가 TSMC와 경쟁에서 우위를 보이는 듯했던 삼성전자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삼성이 170억 달러(약 22조 원)를 들여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지만 TSMC의 새 공장에 비해 한 단계 낮은 기술인 5나노 중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팀 쿡 애플 CEO는 애플이 TSMC 애리조나 공장의 최대 고객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TSMC 애리조나 공장 생산량의 25~35%가 애플 반도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TSMC는 미국의 자국 반도체 생산 촉진 정책에 적극 동참해 애플, AMD, 엔비디아, 퀄컴 등 미국 고객사를 대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출시될 삼성전자 ‘갤럭시S23’ 시리즈에 탑재될 퀄컴의 차세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 2세대’ 생산물량 일부도 TSMC가 가져갔다.

반면 삼성전자는 6월 3나노 양산에 성공했을 당시 고객사가 판세미 등 중국 코인채굴 반도체업체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후 수율 개선에 집중하며 최근 3나노 반도체에서 퀄컴, 엔비디아, IBM 등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하는 등 고객사 확대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53.4%, 16.3%로 여전히 격차가 큰 상태다.

국내 업계는 쿡 CEO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법 서명에 직접 감사를 전한 장면에도 주목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7월 서명한 반도체법은 미국 생산 반도체 기업 등에 25% 세액공제 등 총 500억 달러(66조 원) 규모를 지원한다.해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현지 공장 유치를 이끌어내고 있다. TSMC도 애리조나 투자에 대해 수조 원 보조금을 지급 받을 전망이다. 반면 국내 반도체 및 신산업 투자를 위한 일명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K칩스법) 개정안 등은 8월 발의 이래 4개월째 국회에서 공전하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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