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전직경찰, 어린이집 총기난사…최소 36명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6일 21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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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북동부의 어린이집 안팎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어린이 24명을 포함해 최소 36명이 숨졌다. 총기 난사범은 지난해 마약 투약 혐의로 해임됐던 34세 전직 경찰관이었다. 희생자 중에는 2세 유아와 임신 8개월의 어린이집 교사도 포함돼 있어 태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방콕포스트와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사건은 6일 낮 12시 반경 태국 북동부 농부아람푸주에 위치한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했다. 전직 경찰관 파냐 깜랍은 산탄총과 권총, 칼 등으로 무장한 채 어린이집에 난입해 교사와 직원 4, 5명을 사살한 뒤, 아이들이 낮잠을 자고 있던 방으로 들어가 무차별 난사했다. 이 범행으로 방에 있던 어린이 23명이 희생됐다. 현장을 목격한 학교 관계자는 “처음에는 (범인이) 불꽃놀이를 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참혹한 범행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깜랍은 타고 왔던 픽업을 타고 자신의 집으로 가면서 길을 지나던 행인들을 향해 총을 난사해 2, 3명을 추가로 살해했다. 집에 도착한 그는 아들과 부인까지 총으로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총기 난동으로 인해 최소 36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의 중상자가 발생했다. 한국 외교부는 “현재까지 공관에 접수된 우리 교민의 피해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깜랍이 범행 대상으로 삼은 어린이집에는 그의 아들이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이었던 그는 지난해 초 필로폰 소지 혐의가 드러나 6월 해임됐으며, 범행 직전인 이날 오전 마약 혐의로 법정에 출석했다고 BBC 등은 전했다. 현지 경찰은 “범행 동기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건이 벌어진 마을 주민은 “(총기 난사범이) 오래 전부터 마을에서 악명 높은 마약 중독자였다”고 전했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족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태국은 허가를 받으면 총기를 보유할 수 있어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 비해 총기 소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이다. 2020년 북동부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군인이 총기를 난사해 29명이 사망하고 57명이 다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량 인명을 살상하는 총기 난사 사건은 흔치 않다. AP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태국의 총기 관련 사망률은 10만 명당 약 4명이다. 미국은 10만 명당 11명, 브라질은 10만 명당 약 23명이다.

총기 모니터 그룹 건폴리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태국 민간인이 소유한 총기는 1034만여 정에 달한다. 이 가운데 등록된 총기는 622만여 정에 불과하고 412만정 이상은 무허가 총기로 추정된다. 2019년 기준 태국에서 총기 사건으로 1292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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