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363년만에 최고기온, 남서 유럽 1000명 사망 ‘폭염 대재앙’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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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40도”… 한때 활주로 이용 중단
냉방시설 있는 집 5%뿐, 주민 고통
EU 영토 46%에 가뭄 주의보
유엔 “공동대응 못하면 집단자살”

유럽 덮친 가뭄에 밑바닥 드러낸 호수 18일 프랑스 동부와 스위스 서부 사이를 흐르는 두강의 브르네 호수가 잇따른 
폭염과 가뭄으로 말라붙어 배들이 흙바닥에 정박해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날 EU 영토의 46%가 ‘주의보’ 수준의 
가뭄에 처했다고 공개했다. 발레드=AP 뉴시스
유럽 덮친 가뭄에 밑바닥 드러낸 호수 18일 프랑스 동부와 스위스 서부 사이를 흐르는 두강의 브르네 호수가 잇따른 폭염과 가뭄으로 말라붙어 배들이 흙바닥에 정박해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날 EU 영토의 46%가 ‘주의보’ 수준의 가뭄에 처했다고 공개했다. 발레드=AP 뉴시스
유럽 남서부 국가마다 섭씨 40도 이상의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하는 뜨거운 날씨에 산불까지 잡히지 않고 있다. 폭염은 북서부 섬나라 영국마저 덮쳐 363년 만의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유럽에 ‘폭염 대재앙(heat apocalypse)’이 닥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독일에서 열린 페터스베르크 기후회담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세계적인 기후위기에 직면했는데도 다자공동체로서 대응을 못 하고 있다”며 “공동대응이냐 집단자살이냐,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서부 낭트는 18일 최고기온 42도를 기록해 종전 최고인 1949년의 40.3도를 넘었다. 선선하던 북서부 대서양 연안 브레스트에서도 20년 전 35.1도를 넘는 사상 최고기온인 39.3도를 찍었다. 이날 영국 BBC에 따르면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를 비롯한 지롱드 지역과 프랑스 전역에서 관광객과 주민 약 3만2000명이 불을 피해 응급 피난처로 대피했다.

유럽 전역에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18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호수에서 피서객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취리히=AP/뉴시스
유럽 전역에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18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호수에서 피서객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취리히=AP/뉴시스
18일 사상 처음으로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폭염 적색경보’가 발령된 영국에서는 19일 런던 히스로 공항 기온이 40.2도까지 올랐다. 영국 기온이 40도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영국이 날씨를 관측해 신뢰할 수 있는 통계를 내기 시작한 1659년 이래 36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유례없는 폭염은 영국에 혼란을 불러왔다. 최근 이틀간 5명 이상이 물가에서 숨졌다고 BBC는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영국 루턴 공항 활주로 일부 구간이 부풀어 올라 항공기 운항이 일시 중단됐다가 2시간 만에 재개됐다고 보도했다. 또 폭염으로 약 200개 학교가 휴교하거나 조기 하교했으며 정부는 기업에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평소 영국은 날씨가 선선해 에어컨 같은 냉방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주민의 고통은 더 심하다. 지난해 영국 기업에너지전략부(BEIS) 보고서에 따르면 냉방시설을 갖춘 가정용 건물은 전체의 3∼5%에 불과했다.

폭염과 산불로 가뭄 문제까지 심각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EU 영토의 46%가 주의보 수준, 11%가 경보 수준의 가뭄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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