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분유대란에 4시간 원정쇼핑까지… ‘바이든, 뒷북대책’ 책임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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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대 업체 리콜-공급망 교란 탓… 구인난에 생산 확대도 쉽지않아
마트 2곳중 1곳 이상 진열대 비어… 온라인선 1통에 13만원 글도 올라
바이든, 유럽산 수입 확대 등 검토… 공화 “지도력 실패” 선거 쟁점화 뜻

텅 빈 분유 판매대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로즈미드에 있는 대형 마트의 분유 판매대가 텅 비어 
있다. 안내문에 ‘업계 전반의 분유 부족으로 일부 분유가 생산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미 대형 분유업체 ‘애벗’의 
리콜 사태, 공급망 교란, 구인난 등으로 미 분유 재고율이 43%에 육박하면서 곳곳에서 분유를 구하지 못한 부모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로즈미드=신화 뉴시스
텅 빈 분유 판매대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로즈미드에 있는 대형 마트의 분유 판매대가 텅 비어 있다. 안내문에 ‘업계 전반의 분유 부족으로 일부 분유가 생산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미 대형 분유업체 ‘애벗’의 리콜 사태, 공급망 교란, 구인난 등으로 미 분유 재고율이 43%에 육박하면서 곳곳에서 분유를 구하지 못한 부모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로즈미드=신화 뉴시스
미국이 ‘분유 대란’으로 신음하고 있다. 미 분유 공급의 80%를 차지하는 유명 분유업체 ‘애벗’의 대규모 리콜 사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 등으로 분유 재고가 뚝 떨어지면서 세계 최강 국가에서 상당수 부모가 자녀에게 먹일 분유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 벌어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조속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지만 많은 분유업체들이 코로나19 발발 후 생산 라인을 대폭 줄인 데다 역대급 구인난 등으로 즉각적인 생산 확대 또한 쉽지 않아 대란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야당인 공화당은 이번 사태가 바이든 행정부의 지도력 실패를 보여준다며 11월 중간선거에서 쟁점화할 뜻을 분명히 했다.
○ 분유 한 통 13만 원
미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셈블리’에 따르면 10일 기준 미국의 분유 품절률은 43%에 달한다. 불과 1주일 만에 12%포인트 급증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동부 델라웨어주와 중부 테네시주의 품절률은 54%, 남부 텍사스주의 품절률도 52%에 이르는 등 미 50개 주 중 9개 주의 품절률이 50%를 넘었다. 마트 두 곳 중 한 곳 이상의 분유 진열대가 텅 비었다는 뜻이다.

2월 미 식품의약국(FDA)은 애벗 분유를 먹은 영유아가 박테리아에 감염돼 2명이 숨지고 4명이 입원하자 대대적인 제품 리콜을 지시했다. 동시에 북부 미시간주의 애벗 공장을 일시 폐쇄했다. 이 공장이 미 납품 분유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곳이어서 이때부터 분유 품귀가 본격화했다.

많은 유통업체들은 소비자당 구매 가능한 분유 수를 3, 4통으로 제한했지만 품절률이 높은 일부 지역에선 영유아를 둔 부모들이 분유를 사기 위해 4시간을 차로 이동해 원정 쇼핑에 나섰다. 온라인에는 분유 한 통을 100달러(약 12만8500원)에 판매한다거나 수제 분유를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수제 분유의 안전성과 영양을 믿을 수 없다며 아이의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희귀 질환을 앓는 아동이 먹는 특수 분유의 공급 상황은 더 나쁘다. 유전병 때문에 일반 유제품 내 단백질을 소화하지 못하는 생후 10개월짜리 딸을 둔 캘리포니아 주민 다리스 브라우닝 씨는 뉴욕타임스(NYT)에 “남아 있는 분유가 얼마 없어 울었다”고 토로했다.
○ 공화 “바이든 행정부 뒷북 대책”
바이든 행정부는 아일랜드 등 유럽산 분유의 수입을 확대하고, 6·25전쟁 당시 무기 생산을 위해 도입했던 국방물자조달법을 다시 발동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분유 부족 조짐이 오래전부터 나타났는데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며 집권 민주당 일각에서도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대변인인 젠 사키 전 대변인은 근무 마지막 날인 13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은 12일 워싱턴 의회 앞에서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하는 릴레이 연설을 했다. 엘리스 스터파닉 하원의원(뉴욕)은 “나도 9개월 된 아이가 있다. 마트를 갔더니 분유 진열대가 텅 비어 있더라”며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일가도 가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14일 보수매체 폭스뉴스에 출연해 “21세기 미국에서 부모들이 아이의 음식을 마련하지 못한다니 가슴이 찢어진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트위터에 “바이든의 미국에서는 분유를 찾기 어렵다”며 아버지를 대신해 공격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미국#분유 대란#분유 한 통 13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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