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부터 49년간 유지됐던 여성의 낙태권 보장 판결을 뒤집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문 초안이 사전 유출된 후 미 사회의 이념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여성의 선택권은 근본적 권리”라며 임신 6개월 이전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기존 ‘로앤웨이드’ 판결이 뒤집혀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삼권분립 원칙이 엄격한 미국에서 행정부 수장이 사법부의 움직임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 정도로 낙태를 둘러싼 보수와 진보 진영의 갈등이 심각하다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날 유출된 판결문 초안이 진본임을 인정하고 유출 경위와 원인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집권 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이 기회에 낙태권을 추가 보장하는 입법에 나설 뜻을 밝혔다. 반면 야당 공화당과 보수 진영은 “태아의 생명도 존중해야 한다”며 판결문 초안을 지지한다고 맞섰다.
미 보수와 진보 진영을 규정하는 핵심 의제인 낙태권 찬반 논란으로 11월 중간 선거를 6개월 앞둔 정치권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3일 뉴욕, 워싱턴 등 미 대도시 도심에서는 낙태 찬반론자들이 각각 피켓을 들고 각각 시위를 벌였다. 낙태를 찬성하는 일부 시민단체들 역시 “중간선거에서 낙태권을 지지하는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1억5000만 달러(약 1890억 원)을 쓰겠다”며 세 과시에 나섰다. 미 ‘최후의 성역’으로 꼽혔던 대법원이 허술한 문서 관리로 정치 쟁점의 한복판에 서면서 미 전체의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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