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와 엄마가 처참히…러, 피란길 민간인 포격해 8명 사망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3월 7일 1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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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쪽 외곽 소도시 이르핀에서 파괴된 다리를 바라보고 있는 시민들. ⓒ(GettyImages)/코리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쪽 외곽 소도시 이르핀에서 파괴된 다리를 바라보고 있는 시민들. ⓒ(GettyImages)/코리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쪽 외곽 소도시 이르핀에서 피란길에 올랐던 아이 2명과 엄마 등 민간인 8명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사망했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올렉산드르 마르쿠신 이르핀 시장은 이날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이 인근 도시로 대피하려던 마을 주민에게 포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러시아군의 박격포 공격으로 총 8명의 민간인이 시내에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민간인들이 이르핀을 탈출하기 위해 이용하는 낡은 다리까지 공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렉산드르 시장은 “러시아인들이 다리를 건너 대피하는 과정에서 총격을 가했다”며 “내 눈앞에서 한 가족이 죽었다”고 전했다.

이르핀 등 키이우 북쪽 도시 거주민들은 러시아군의 진격 때문에 남쪽으로 피란을 가고 있다. 다른 다리들은 러시아군의 침입을 막기 위해 미리 파괴했기에 피란민들은 오래 사용하지 않은 낡은 다리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 다리는 사방으로 노출돼있어 러시아군의 포격을 피할 수 없었기에 결국 한 가족이 희생됐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쪽 외곽 소도시 이르핀 길가에 버려져 있는 유모차. ⓒ(GettyImages)/코리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쪽 외곽 소도시 이르핀 길가에 버려져 있는 유모차. ⓒ(GettyImages)/코리아
당시 포격 현장에 있던 뉴욕타임스(NYT) 취재진도 이번 공격으로 10대 아들과 8세 추정 딸, 그리고 그의 엄마 등 8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NYT가 공개한 현장 영상을 보면 우크라이나군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등장하고, 길 건너편에는 민간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캐리어 등을 끌며 줄지어 걸어가고 있다. 잠시 후 갑자기 포격이 가해지면서 영상은 그 여파로 크게 흔들린다. 이후 희뿌연 연기로 뒤덮인 거리의 모습이 나타나지만 길 가던 사람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NYT는 희생된 두 아이와 엄마가 길거리에 처참히 쓰러져 있는 모습도 담았다. 이 가족과 함께 있던 지인인 성인 남성은 주위에 있던 우크라이나군이 살리려 애썼지만 결국 사망했다고 CNN은 전했다. 피란 짐이 주변에 흩어져있고 그들의 반려견만 시신 주위를 맴돌며 짖고 있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에서 얼마나 많은 가족이 이렇게 사망했느냐”며 “우리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민간인 공격을 부인하고 있지만 서방국가에서는 전쟁범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를 향한 공격이 ‘전쟁범죄에 해당한다’는 보도가 있다면서 이에 대해 미 정부가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민간인을 공격하면서 특정 무기를 사용했다는 신뢰할 만한 보도들이 있다. 이는 전쟁범죄”라고 말했다.

국제사법재판소(ICC)는 지난주 우크라이나의 도발이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러시아의 침공에 대해 즉시 전쟁범죄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쪽 외곽 소도시 이르핀에서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인해 파괴된 건물들. ⓒ(GettyImages)/코리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쪽 외곽 소도시 이르핀에서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인해 파괴된 건물들. ⓒ(GettyImages)/코리아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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