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첫 여성 총리, 선출 7시간 반 만에 사임, 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25일 13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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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1.25. AP/뉴시스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1.25. AP/뉴시스
스웨덴 역사상 첫 여성 총리로 선출된 마그달레나 안데르손(54)이 선출된 지 불과 7시간 반 만에 ‘초고속’ 사임했다. 그가 주도한 내년도 예산안이 의회에서 부결되고, 연립정부 파트너였던 녹색당도 연정 이탈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은 “스웨덴이 정치적 불확실성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24일 영국 BBC, 스웨덴 더로컬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안데르손 총리는 기자들에게 “나는 정당성이 의심되는 정부를 이끌고 싶지 않다”며 물러날 뜻을 밝혔다. 이어 “의회 의장에게도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불과 몇 시간 전 의회 인준투표에서 총리로 선출된 그는 취임식이 열리기도 전에 물러났다. 원래 그는 26일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을 공식 접견한 뒤 총리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이는 안데르손이 소속된 집권 여당 사회민주당이 제출한 예산안이 의회 통과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반(反)이민 정책을 고수하는 극우정당의 요구가 여당 예산안에 반영된 것을 안 녹색당은 반대 뜻을 밝히며 야당 예산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페르 볼룬드 녹색당 대표는 “극우와 함께 만든 예산안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국가 예산안은 의회에서 과반수가 아닌 ‘다수’ 찬성으로 통과된다. 이날 여당 에산안은 143표, 야당 예산안은 154표를 얻어 결국 야당 예산안이 통과됐고 연정은 붕괴됐다. 안데르손 총리는 “연정 파트너가 이탈하면 총리는 사임해야 한다는 헌법상 관례가 있다”고 말했다. 의장은 “8개 정당 지도자들과 접촉해 사태 수습을 논의한 뒤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데르손 총리는 이번에는 물러나지만 내년 9월 11일 치러지는 총선을 통해 재집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사의를 표명한 직후 의장에게 “사민당이 단독 집권하는 정부의 수장으로 다시 총리에 지명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녹색당도 “비록 이번 여당 예산안에는 반대하지만, 차기 총리 선출 투표에서 다시 안데르손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더로컬은 “현재 정당들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다면 안데르손은 결국 다시 총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안데르손은 스웨덴에서 여성 참정권이 보장된 지 100년 만에 24일 첫 여성 총리로 선출됐지만 정치적 기반은 불안했다. 스웨덴 의회는 총 349석인데 안데르센의 총리 선출에는 117명이 찬성표를, 174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기권이 57명, 불참이 1명이었다. 반대표가 찬성표보다 많았지만 ‘반대가 과반(175석)을 넘지 않으면 총리로 선출된다’는 스웨덴의 독특한 법에 따라 한 표 차이로 간신히 선출됐다.

미국 CNN은 “북유럽 국가의 분열된 정치 지형 때문에 안데르손은 권력을 장악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앞으로 누가 스웨덴을 이끌든 중대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폭력과 총격 사건으로 수도 스톡홀롬 등 주요 도시의 삶이 황폐해졌다”며 “스웨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망률도 이웃 국가들보다 훨씬 높다”고 전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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