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삼성·SK·롯데·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 경영진을 만나 기후변화 문제의 해결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기후변화 달성을 위해 필수인 이들 기업의 동참을 이끌어 내면서도, 현지 투자와 지원 등 사업적 측면에서의 협력도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주한미국대사관은 12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크리튼브링크 차관보가 이날 김원경 삼성전자 부사장과 유정준 SK E&S 부회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박현 포스코 전무와 오찬을 가졌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입국 이후 이재명·윤석열 대선후보 만남과 외교부 방문에 이어, 방한 일정의 마지막으로 국내 기업인들을 선택한 것이다.
이번 회동은 ‘탄소중립’의 국제적 협력을 추진하는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실제로 지난 9월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특사는 국내 주요 기업과 온라인 화상 회의를 갖고 기후변화 관련 협력을 당부했는데,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김 부사장과 유 부회장 등 주요 인물들은 이날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와의 회동에도 참석했다.
지난 9월 회의의 연장선상에서 가진 이날 회동에선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대응 및 국내 기업들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사관 측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며 “민간 기업들이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전세계적인 노력에 어떻게 일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에 협력을 요청했다는 점은 기후변화 이슈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는 평가다. 2019년 말 기준 전세계 74개국에서 230개 거점을 보유한 글로벌 제조기업인 삼성전자가 온실가스를 얼마나 감축하는지 여부는 이제 기후변화 이슈에서 국내가 아닌 전세계 차원의 문제다. 공정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가 배출되는 철강산업을 보유한 포스코를 만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성장 전략 차원에서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는 기업을 만난 점도 눈에 띈다. SK E&S는 2025년까지 연 28만톤의 수소를 공급해 ‘글로벌 1위 수소 사업자’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롯데케미칼 역시 수소와 그린 암모니아 등 친환경 사업을 통해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기업의 사업 확장은 그만큼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기후변화를 위한 협력이 필수다.
SK 역시 2030년까지 미국에서 배터리·수소 등 친환경 분야에 60조원 이상 투자하기로 했으며, 이날 회동에 참석한 유 부회장은 연말 인사에서 SK그룹의 ‘북미사업 총괄’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롯데케미칼도 지난 2019년 국내 화학사 중 처음으로 미국 현지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양국 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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