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귀국…中, ‘간첩혐의’ 캐나다인 2명 석방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입력 2021-09-26 14:49수정 2021-09-2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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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된 뒤 3년 가까이 구금돼 있던 중국 거대 통신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24일(현지 시간) 석방돼 중국으로 귀국했다. 같은 날 중국은 간첩 혐의로 비슷한 기간 동안 구금해온 대북 사업가 마이클 스패버 등 캐나다인 2명을 석방했다. ‘인질 외교’ 논란을 빚었던 미중 간 신경전은 이번 맞교환 석방으로 일단락됐지만 5G 기술패권 경쟁을 비롯해 양 측이 충돌해온 민감한 현안 해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미 법무부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멍 부회장은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진행된 재판에 화상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검찰과의 합의를 위해 일부 혐의를 시인했다. 그는 무죄 탄원서를 제출하는 형식으로 공식적으로는 유죄를 부인하면서도 화웨이의 이란 사업과 관련해 금융회사인 HSBC에 허위 진술을 했다는 점은 사실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2022년 12월까지 멍 부회장의 금융사기 혐의 등에 대한 기소를 연기하고 그가 특정 조건들을 이행할 경우 그 시점에 사건을 기각하기로 합의했다. 뉴욕시 브루클린 연방지검은 이날 법원에 기소 연기 합의서를 제출했다. 멍 부회장은 이날 합의로 석방된 직후 곧바로 화웨이 본사가 위치한 중국 선전으로 출국했다. 법무부는 멍 회장에 대한 기소 유예와는 별개로 화웨이에 대한 수사와 재판 준비는 지속할 것이라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같은 날 중국은 자국에 억류돼 있던 캐나다인 2명을 석방했다. 2018년 12월 멍 부회장이 체포된 9일 뒤 간첩 혐의로 1000일 넘게 억류돼 있던 대북 사업가인 마이클 스페이버와 전직 외교관 마이클 코브릭이 바로 이들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공식 발표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2년 반 넘게 임의 구금돼 있던 이들을 석방하기로 한 중국 당국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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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석방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갖고 정상회담 의사를 전달한 이후 이뤄졌다. 중국을 향해 강한 압박만큼 협력할 부분을 동시에 모색하며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유엔총회에서도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중국과의 긴장 수위 조절에 나섰다.

다만 이번 결정이 미중 간의 갈등 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미국은 최근 영국, 호주와 함께 대중 견제를 위한 3자 안보연합체인 ‘오커스(AUKUS)’를 신설했고, 24일 쿼드 첫 대면 정상회의에서도 중국을 겨냥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수호 방침을 강조했다. 화웨이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제재와 통신기술 개발 견제도 지속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외국인을 잡아 협상카드로 쓰는 만만찮은 전술을 썼다”고 지적하며 “이번 석방이 홍콩 등지의 인권문제, 사이버공격, 대만 같은 더 심각한 현안들을 해결하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애덤 시걸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은 화웨이를 계속 제재할 것이고 중국은 멍 부회장 사건으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느낄 것이며, 기술 분야 불신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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