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추락자 구하려다 참변…몸 던진 용감한 러시아 장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9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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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체프 비상사태부 장관. 사진 AP 뉴시스
지니체프 비상사태부 장관. 사진 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신망이 두터운 예브게니 지니체프 비상사태부 장관(55)이 절벽에서 추락한 영화감독 알렉산드르 멜닉(63)을 구하려다 사망했다. 멜닉 또한 숨졌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지니체프 장관은 8일(현지 시간) 시베리아 북부 노릴스크에서 재난재해 등 비상사태 때 정부 합동 대응을 위한 공동 훈련에 참여했다. 그는 전체 훈련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한 폭포의 절벽 위에 올랐다. 북극 관련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려던 멜닉 감독 또한 동행했다.

그 과정에서 멜닉의 발이 미끄러졌다. 멜닉은 절벽 아래로 추락했고 물에 빠졌다. 지니체프 장관은 즉각 멜닉을 구하기 위해 물로 뛰어들었지만 다이빙 도중 튀어나온 암벽에 충돌한 후 물에 떨어졌다. 구조 헬기가 두 사람을 모두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송 중 둘 다 사망했다. 현장에 있던 안드레이 구로비치 비상사태부 차관은 “지니체프는 장관이 아니라 구조대원처럼 행동했다. 그는 평생 이렇게 살아왔다”고 애도했다.

1966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지니체프 장관은 해군을 거쳐 옛 소련의 첩보기관 KGB, 연방보안국(FSB) 등에서 일했다. 고향이 같고 KGB 선배이기도 한 푸틴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얻었다. 2006~2015년 대통령 경호 업무를 맡았고 2018년 비상사태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지니체프의 사망 소식을 들은 푸틴은 성명을 통해 “동료일 뿐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믿을 수 있는 친구를 잃었다”고 비통해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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