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금 116억원 장관, 유엔 제재대상 총리…탈레반 내각 과격파 일색

조종엽 기자 입력 2021-09-08 18:46수정 2021-09-0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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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구성원 발표하는 탈레반 대변인
20년 만에 다시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탈레반이 과도정부 내각에 테러리스트, 미국 연방수사국(FBI) 1급수배자, 관타나모 수용소 출신 등 강경파를 대거 포진시켰다. 아프간 장악 이후 대외에 보인 유화 제스처와 달리 과거의 극단주의 통치를 재현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새 탈레반 정부가 과거 정부와 닮았다”고 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이 7일 발표한 과도정부 내각은 과거 아프간 집권기(1996~2001년) 및 서방 국가와 전쟁을 치르는 동안 요직을 맡았던 ‘베테랑’들이 자리를 채웠다. 총리 대행으로 지명된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를 포함해 내각 성원 대부분이 유엔의 제재 대상에 올라있는 인물이다. 아쿤드 총리 대행은 탈레반 창시자 무하마드 오마르의 측근 출신으로 과거 집권기 부총리를 맡았고, 정권을 잃은 기간에는 탈레반 최고위원회인 레흐바리 슈라를 이끌었다.

특히 미국이 테러단체로 분류한 ‘하카니 네트워크’ 인사들이 내각에 여럿 포함됐다. FBI가 현상금 1000만 달러(약 116억 원)를 걸고 수배해온 ‘글로벌 테러리스트’ 시라주딘 하카니는 내무장관에 지명됐다. 하카니 네트워크 수장인 그는 2008년 미국인을 포함해 6명이 사망한 아프간 수도 카불 호텔 테러를 주도했고 같은 해 하미드 카르자이 당시 아프간 대통령 암살 시도에도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시라주딘의 삼촌이자 FBI가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제시한 칼릴 하카니도 난민·송환 장관에 지명됐다. 하카니 네트워크의 또 다른 고위 인사 2명도 내각 명단에 포함됐다. 2001년 미국에 포로로 잡혀 13년간 미국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혔다가, 탈레반에 붙잡힌 미군 병사와 교환돼 2014년 풀려난 4명도 고위직에 올랐다.

미국이 ‘그나마 대화가 통하는 인물’로 평가하던 압둘 가니 바라다르는 내각 수반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제1부총리로 지명됐다. 그는 테러를 주도해 파키스탄 감옥에 갇혀 있다가 2018년 탈레반과 평화협상을 원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특사를 보내 석방시킨 인물이다. 이후 대미 협상을 이끌며 탈레반의 대외 활동을 책임져 ‘탈레반 2인자’로 꼽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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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 구성원 33명은 전부 남성이다. 탈레반의 주축인 파슈툰 족이 대부분으로 민족 대표성도 떨어진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 국무부는 탈레반 내각에 대해 “모두 탈레반이거나 이들의 최측근으로 여성은 없다”며 “일부는 소속과 과거의 기록도 우려스렵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실제 공포 정치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AFP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이 최근 서부 헤라트에서 반(反)탈레반 시위대에 총을 쏴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탈레반은 잇따르고 있는 여성권리 보장 요구 시위에도 경고 사격을 하고 최루탄을 쏘는 등 무력 진압하고 있다. 은둔해 있던 탈레반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훈드자다는 7일 성명을 통해 “아프간의 통치는 신성한 샤리아법(이슬람 율법)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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