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의원 암살범, 53년 만에 풀려날까…“77살 고령 위협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6일 14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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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B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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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동생인 로버트 F. 케네디 상원의원을 살해한 혐의로 53년째 복역 중인 종신형 수감자는 풀려날 수 있을까. 케네디 상원의원의 살해범으로 53년째 복역 중인 시르한 비샤라 시르한(77)의 가석방 심사를 앞두고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주 가석방심사위원회는 27일 시르한에 대한 가석방 문제를 심사할 예정이다. 시르한의 가석방 신청은 이번이 16번째. 과거 15번은 모두 기각됐지만 이번에는 검찰이 가석방에 반대하지 않는 중립적 입장이어서 그가 풀려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27일 가석방 여부를 다투는 법정에 출석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한다.

시르한은 1968년 6월 5일 케네디 의원이 로스앤젤레스(LA)의 한 호텔에서 총격을 받아 사망한 뒤 현장에서 체포됐다. 그는 당시 범행을 자백했지만 이후에는 총을 쐈다는 것과 자백한 것을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1972년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이 사형제를 폐지한 후 종신형으로 감형됐다.

진보 성향의 검찰들은 수십 년간 수감생활을 한 죄수들이 더 이상 사회적 위협이 되지 않으며, 고령인 이들의 치료에 많은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가석방에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다. LA 검찰총장인 조지 개스콘은 지난해 12월 취임 후 재범 위험이 낮거나 고령인 수감자 2만 명을 대상으로 가석방 여부에 대한 재심사를 진행해왔다.

샌디에이고의 교도소에서 53년 동안 수감생활을 해온 시르한은 결백을 주장하며 꾸준히 가석방을 시도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 가석방심사위원회는 그가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회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6년 시르한의 15번째 가석방 신청을 기각했다.

시르한의 새 변호사 앤절라 베리는 이번 가석방 심사를 앞두고 시르한의 범행 당시 나이가 24세에 불과했고 모범수로 수감생활을 해왔다는 점, 풀려날 경우 재범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내세웠다.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아들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2018년에 시르한을 면회한 뒤 “그는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이 아니다”며 그의 석방을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난민으로 미국에 건너온 시르한은 체포되기 전에 미국 시민권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가석방될 경우 추방될 수 있다. 시르한의 남동생 무니르 시르한은 “형은 이 나라에서 살 권리를 포기하고 아랍 세계로 돌아갈 것”이라며 “그를 받아줄 나라가 많다”고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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