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아프간 딜레마’…“철군 지지 여론 흔들, 정치적 타격”

  • 뉴스1
  • 입력 2021년 8월 25일 14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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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철군 시한을 연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국내외 정치권의 비판을 받고 있다.

탈레반의 카불 통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자칫 아프간내 남아있는 미국인, 특히 현지인 조력자들이 시한 내 대피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그러나 결국 미군이 쫓기듯 아프간을 떠나게 된 상황에 직면한 이상, 철군 시한과 상관없이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카불 공항 인근에서 테러 위험이 높아진 가운데 미국의 철군 기간이 연장됐다면 군과 외교인력을 계속 더 큰 위험에 방치하게 된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국인과 현지인 조력자 대피 작업을 당초 목표일인 31일까지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엘리사 슬롯킨 민주당 하원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은 바이든 정부에 철군 시한 연장을 촉구했지만, 끝내 막지 못했다.

슬롯킨 의원은 “20년 전쟁을 마친 다음주 우리의 모습은 전 세계에 오래도록 각인될 것”이라며 “미국이 조력자를 위험에 빠뜨린 국가로 남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럽 동맹국들의 요청도 이어졌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아프간 관련 화상 정상회의를 개최했고, 이 자리에서 주둔 연장을 요구하는 정상들의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영국 가디언 등 유럽 언론들은 “미국이 아프간 조력자들을 탈레반에 넘겨주고 있다는 비난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정치권이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 같은 책임론이 계속되면 민주당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현재 하원 의석을 8석의 근소차로 겨우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공화당 지지율이 올라가자, 바이든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초 미 국민 3분의 2 찬성으로 철군 결정을 강하게 뒷받침했던 여론은 최근 흔들리는 모습이다.

NBC뉴스가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이날 발표한 여론 조사(오차 범위 3.1%)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 대응을 지지하는 응답자는 25%에 그쳤다.

CNBC는 이날 NBC와 CBS, 모닝컨설트, 서프크대, 해리스 등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한 바이든 대통령의 평균 지지율이 47%로 취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5월 초 54%에서 이달 초 51.5%로 3개월간 2.5%포인트(p) 떨어졌는데, 이달 사이에만 추가로 4.5%p 하락한 것이다.

NBC 조사를 수행한 제프 호르위트 하트 리서치 부대표는 “4월의 약속이 8월의 위험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CNBC는 “아프간에서 전해지는 광란의(frenzied) 철수 모습은 미국의 경쟁력을 되찾겠다는 바이든의 약속에 대한 유권자들의 신념을 흔든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적 스펙트럼을 떠나 모든 미국인들이 카불 공항에서 대피하려는 사람들의 절망적인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NYT는 “혼란과 절망에도 불구하고 대피 속도가 빨라졌지만, 그래도 바이든 대통령은 딜레마에 빠졌다(in a bid)”면서 “주둔 기간을 늘리면 군 병력과 외교인력들을 더 큰 위험에 방치하는 것이 된다”고 짚었다. 미 국방부와 국무부는 현재 카불에서 이슬람 국가(IS)의 분파 IS호라산(ISIS-K)에 의한 미국민 테러 위협을 감지하고 있다.

어찌됐든 바이든 정부는 일단 시한 내로 모든 미국인과 현지인 조력자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CNN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시한 고수 의사를 밝힌 직후 아프간에 남아있던 미군 부대의 철수가 다시 시작됐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전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내) 미국인들의 발이 묶였다(stranded)”고 말하는 건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앞서 보수 진영에서 ‘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내 미국인들이 다 대피하기도 전에 철수함으로써 남은 이들의 발을 묶었다(strand)’고 비판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사키 대변인은 ”그렇지 않다. 우린 돌아오고 싶어하는 국민들을 데려오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그들과 전화로, 문자 메시지로, 이메일 및 그 어떤 수단을 통해서라도 연락하고 있다. 그들이 원하면 데려오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이미 아프간 철군 문제가 정치적 위기로 부상한 만큼 그 해결도 무사히 철군을 완료하는 데 달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CNBC는 ”아프간 철수가 결국 단 한 명의 미군 사상자 발생 없이 완료된다면 지지율은 다시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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