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민주화-위안부 문제 알린 日작가 도미야마 별세…향년 100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9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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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야마 다에코 별세…향년 100세
도미야마 다에코 별세…향년 100세
한국의 민주화 운동과 일본의 전쟁 책임을 묻는 작품을 꾸준히 그린 일본 여류 화가 도미야마 다에코(富山妙子·사진)가 18일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아사히신문 등이 보도했다. 향년 100세.

1921년 고베에서 태어난 그는 12세부터 6년간 아버지를 따라 일본이 점령한 만주에서 생활했다. 당시 일제의 식민지배 실상을 목격했고 1938년 귀국한 뒤 도쿄 여자미술학교(현 여자미술대학)에 입학했다 중퇴했다. 2차 세계대전 중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해 전쟁이 끝난 후부터 일제의 식민지배를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특히 그는 1980년 5월 한국 광주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군이 총을 쏜 것을 주제로 판화 시리즈 ‘쓰러진 자를 위한 기도 1980년 5월 광주’를 만들었다. 이 작품은 오사카, 교토, 고베, 홋카이도 등 일본 곳곳에서 전시됐다. 앞서 그는 1974년 김지하 시인을 주제로 한 판화 작품집 ‘묶인 손의 기도’를 제작하는 등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주제로 여러 작품을 만들었다. 이로 인해 1978년부터 약 15년 간 한국 입국을 거부했다.

일본의 가해(加害) 책임을 묻는 작품도 다수 발표했다. 1995년 7월 서울에서 ‘종군 위안부를 위한 진혼곡’이라는 주제로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과 관련된 유화와 판화 70여점을 전시했다.

고인은 한국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고 알린 공적을 인정받아 올해 6·10 민주항쟁 기념일 때 한국 정부로부터 국민포장을 받았다. 현재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박물관에서는 고인이 제작한 유화, 판화, 콜라주, 스케치, 영상 등 약 170점을 선보이는 기획전 ‘기억의 바다로: 도미야마 다에코의 세계’가 열리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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