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유니폼’은 어떻게 탄생했나?…美야구팀 뒷 이야기 [인터뷰]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7월 23일 10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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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대사로 임명된 양수석씨. 구단 제공
홍보대사로 임명된 양수석씨. 구단 제공
지난 19일 이른바 ‘김치 유니폼’을 입고 승리를 거둔 미국 마이너리그 야구팀이 관심을 받았다.

화제의 팀은 몽고메리 비스킷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선수 최지만이 소속한 템파베이 레이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이다.

이들은 유니폼 앞 면에 한글로 ‘김치’를 적고 뒷면에는 김치를 형상화한 등번호를 달았다. 팀 이름은 하루동안 ‘몽고메리 김치’로 바꿨다.

이런 특별한 이벤트는 2005년 현대차 앨라배마 제조법인(HMMA)이 진출한 이후 늘어나는 한인 인구를 위해 구단에서 준비한 ‘한국 문화 유산의 밤’ 행사의 일환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구단의 한국 문화 유산의 밤 홍보대사로 임명된 양수석 홍보대사가 23일 인터뷰 형식으로 자세한 뒷얘기를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일 경기장 모습. 구단 제공
당일 경기장 모습. 구단 제공

- 한국 문화 유산의 밤 시행 배경은
이곳에 현대를 비롯한 다양한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면서 한인 커뮤니티가 커지고 있다. 다른 지역 마이너리그팀들은 보통 히스패닉 문화유산의 밤을 진행하는데 10년째 몽고메리 한인회에서 봉사하며 사무총장직을 수행하던 2019년 구단 측에서 먼저 한국에 초점을 맞춘 행사를 진행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 김치를 선택한 이유는
팀 이름과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도 바꾸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였다. 마이크 머피 구단 매니저에게 한국인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호랑이, 무궁화, 김치, 불고기 등을 직접 제안 했다. 그 중 구단 측에서 김치와 무궁화가 너무 좋다고 연락이 왔다. 팀 이름도 영문 ‘kimchi’ 보다는 한국의 자랑스러운 유산인 한글 ‘김치’로 표기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 원래 작년에 진행하기로 했었다고
맞다. 원래 작년 여름 진행하기로 했는데 코로나 19로 지난 시즌 구단 경기가 모두 취소돼 올해 진행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행사를 풍성하게 진행할 수 있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현실로 이루어져 너무 기쁘다.

- 다양한 프로그램이라면
이닝 중간 제기차기, 투호 같은 한국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 맞추기, 한국어 콘테스트, 김치 맛보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풀무원의 도움으로 행사를 찾은 관중들에게 무료로 김치를 나눠주기도 했다.

애국가를 부르는 양 홍보대사. 구단 제공
애국가를 부르는 양 홍보대사. 구단 제공

- 행사에 직접 참여하셨다고 들었는데
경기전 애국가와 미국 국가를 불렀다.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 미국 경기장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뭉클한 감동이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들도 참여했다. 한국 국립국악원에서 전통무용과 거문고를 연주한 어머니(김효순)는 전통 부채춤 공연을 하셨고 다섯 자녀 중 셋은 지역 태권도 시범팀 소속으로 시연에 참여했다.

- 김치 로고를 넣은 티셔츠가 매진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맞다. 티셔츠와 함께 선수들이 입은 김치 유니폼들을 경매로 판매했다. 수익금은 한국과 앨라배마 간 문화교육과 교류에 힘써온 비영리 단체 ‘A-KEEP’에 전달했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 기관과 단체가 협력해 행사를 진행하고 다른 비영리 단체들도 지원할 수 있다면 행사의 의미가 더 커질 것 같다.

- 향후 한국 문화 유산의 밤 진행 계획은
구단 측에서 매년 행사를 진행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그 기간 동안 홍보대사로 임명됐다. 내년에는 하루를 더 추가해 이틀 동안 한국 문화의 밤을 진행하기로 했다.

- 홍보대사로서 마음가짐은
행사를 통해 한미 양국 간의 관계와 우정을 기념하고 돈독히 할 뿐 아니라 이곳 현지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고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 또 이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구단들도 비슷한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더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

양 홍보대사는 서울에서 태어나 대한민국 공군장교로 복무하고 현재 몽고메리에 위치한 비즐리 알렌 로펌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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