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노마스크로 즐긴 독립기념일… 바이든 “코로나 전투 안끝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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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美 백신 접종 70% 목표 실패에도 뉴욕 등 주요도시서 기념 불꽃놀이
마스크 안 쓴 수만 명 인파 ‘북적’, 백악관선 1000명 초청 야외파티도
확진자 4명중 1명꼴 델타 감염… 코로나 확산 불안감-우려 여전
바이든 “백신 접종이 최고의 애국”… 美정부, 코로나비상사태 연장 검토

불꽃놀이 보러 노마스크 수만명 북적 4일(현지 시간) 저녁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시티에 있는 강변 공원에서 시민들이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보고 있다. 팬데믹으로
 썰렁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수만 명의 시민이 공원에 운집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불꽃놀이 보러 노마스크 수만명 북적 4일(현지 시간) 저녁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시티에 있는 강변 공원에서 시민들이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보고 있다. 팬데믹으로 썰렁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수만 명의 시민이 공원에 운집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 시간) 오후 7시 워싱턴의 내셔널 몰. 하이라이트 행사인 불꽃놀이가 시작되기까지 2시간 넘게 남아 있었지만 넓은 잔디밭엔 벌써 수만 명이 모여 있었다.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거나 성조기를 흔들며 노래하는 사람들로 곳곳은 축제 분위기였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거나 야외용 의자를 가져와 10여 명씩 붙어 앉은 경우도 많았다. 이곳에서 만난 안드레스 루비오 씨는 “연휴 기간에 캘리포니아에서 워싱턴으로 여행을 왔다”며 “백신 접종을 마쳤다. 이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걱정은 완전히 제로(0)”라고 했다. 워싱턴 주민 얼리샤 브라운 씨는 주변의 인파를 가리키며 “우리의 삶이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증거”라며 웃었다.

뉴욕, 시카고, 보스턴 등 미국 전역의 주요 도시에서 독립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열린 불꽃놀이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뉴욕에서는 유명 백화점 메이시스가 독립기념일에 진행하는 미국 최대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롱아일랜드시티 갠트리파크 등지에 수만 명이 모였다. 사람들이 워낙 많아 걸음을 앞으로 옮기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군중을 통제하던 한 경찰은 기자에게 “이곳은 예약하지 않으면 넘어갈 수 없다. 저쪽 길로 돌아가야 한다”며 출입을 막았다. 곳곳에 놓인 이동식 화장실엔 어김없이 긴 줄이 늘어섰다. 푸드트럭들도 바쁘게 손님을 맞았다. 1년 전 인파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불꽃놀이가 사전에 공지되지 않은 장소에서 예고 없이 진행됐고, 일부 나들이객 외에 관람객을 찾기 어려웠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날 백악관은 야외 잔디밭 사우스론에 필수 분야 근로자와 군인, 이들의 가족 등 1000명을 초청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백악관이 진행한 가장 큰 규모의 행사였다. 백악관은 참석자들의 백신 접종 여부를 묻지 않았다. 음식과 음료수가 제공된 행사에서 마스크 착용도 요구하지 않았다. 일상이 팬데믹에서 벗어나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 내에는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과 우려가 여전히 스멀거리고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전체 감염자의 25%에 이르는 등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데다 미국인의 30% 이상이 여전히 백신을 맞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독립기념일까지 성인 70%가 적어도 한 번은 백신을 맞게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나 결국 달성하지 못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현재까지 1회 접종을 한 미국 성인은 67%, 접종을 완료한 성인은 58%다. CNN방송은 “환희의 이면엔 전염성이 높은 델타 변이 감염과 백신 접종 거부자 등으로 미국이 여전히 팬데믹의 손아귀에 잡혀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치명적인 바이러스로부터의 독립 선언에 어느 때보다 가까워져 있다”며 코로나19 대응의 성과를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곧이어 “코로나19와의 전투가 끝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했다. 독립기념일에 ‘코로나19로부터의 독립’도 함께 선언할 것이라는 미국 언론들의 당초 예상보다 신중한 톤이었다. 그는 “우리는 팬데믹과 고립, 공포와 고통, 가슴 찢어지는 상실 속에 보낸 1년간의 어둠에서 다시 일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 접종을 촉구하며 “이는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애국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선포했던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이달 말 시한 만료 이후에도 계속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 측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너무 일찍 긴장을 풀었다”며 아직은 대유행 승리를 선언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美 노마스크#미국 독립기념일#미국 불꽃놀이#백악관 야외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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