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코스비, 성폭력 혐의에도 돌연 무죄 석방…뒤집힌 판결 왜?

뉴욕=유재동 특파원 입력 2021-07-01 15:57수정 2021-07-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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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혐의를 받고 3년 째 복역 중이던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 빌 코스비(84)가 돌연 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고 석방됐다. 그가 자신의 일부 혐의를 사실상 인정했는데도 사법 절차상의 문제로 유죄 판결이 뒤집힌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코스비의 성폭력 혐의 유죄 선고를 기각하고 그를 석방했다. 코스비는 필라델피아 외곽에 있는 자신의 집 앞에서 방송 카메라에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석방을 자축했다. 코스비는 2004년 모교인 템플대학의 스포츠 행정직원이던 안드레아 콘스탄드에게 약물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성폭행한 혐의로 2018년 9월 3~10년의 징역형을 받았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주장해 온 코스비는 항소했으나 패했고 펜실베이니아주 교도소에 수감됐다.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바뀐 것은 “검찰이 코스비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그의 사법적 권리를 침해했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브루스 캐스터 주니어 전 몽고메리카운티 지방검사장은 2005년 콘스탄드 사건을 조사한 뒤 코스비를 형사 기소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그는 코스비에게 콘스탄드가 제기한 민사 소송에서 적극적으로 증언한다면 그를 형사 기소하지는 않겠다고 약속했다. 검사장의 약속을 믿은 코스비는 민사 재판에서 자신이 여성들과 성관계를 하기 위해 종종 약물을 건넨 사실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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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캐스터의 후임자인 케빈 스틸 현 몽고메리카운티 지방검사장은 12년의 공소시효가 끝나기 직전인 2015년 12월 코스비의 민사 재판 증언 등을 근거로 그를 체포해 성폭력 혐의로 기소했다.

이날 데이비드 웩트 펜실베이니아주 대법관은 “코스비는 민사 재판에서 증언하면 자신을 기소하지 않겠다는 전임 검사장의 말을 믿었다”며 “정당한 법 절차 위반이 밝혀진 이상 그의 유죄 선고를 뒤집고 검찰의 추가 기소를 금지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실형을 받은 유명인사였던 코스비가 석방되면서 미 여성계는 분노하고 있다. 콘스탄드 측은 성명에서 “오늘의 결정은 실망스러울 뿐만 아니라 사법 제도 내에서 성폭력에 대한 정의를 추구하려는 사람들의 의욕을 꺾을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1960년대 코스비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발한 빅토리아 발렌티노는 “분노한다. 망연자실했다. 여성들에 희망을 주려 했던 일들이 법적인 문제 때문에 뒤집히고 말았다”고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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