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야 출입 가능’ 회사지침에 뿔난 직원들 “감정노동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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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6월 21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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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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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한 IT기업이 미소를 지어야만 통과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카메라를 사무실에 설치해 논란이 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IT 매체 더 버지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베이징에 있는 캐논 자회사 ‘캐논정보기술’은 최근 직원의 웃는 얼굴만 인식하는 AI 카메라를 중국 전역 사무실에 설치했다.

이 카메라는 직원들이 사무실 문을 열거나 회의실을 예약할 때 거쳐야 하는 장치로, 카메라 앞에서 반드시 미소를 지어야만 사무실 출입과 회의실 예약이 가능하다.

캐논 측은 이 시스템에 대해 “모든 직원들이 100% 만족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웃으라고 하면 어색해하지만 이 시스템을 통해 웃는 게 익숙해지면 긍정적이고 활기찬 분위기가 조성돼 나중엔 시스템 없이도 웃게 될 것”이라는 다소 황당한 설명을 내놨다.

직원들은 업무상 필요한 사용 권한을 얻기 위해 ‘가짜 미소’까지 지어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감정노동을 요구한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앞서 일본 캐논은 지난해 미소 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직원들의 근태 및 입퇴실, 체온 측정, 방문자 등록 등을 관리하는 ‘스마트 작업 환경 솔루션’을 자체 개발했다.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이번에 중국 자회사에 시범적으로 설치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AI와 알고리즘을 이용해 직원들을 무서울 정도로 감시하고 있다. 회사들은 ‘생산성 측정’을 이유로 폐쇄회로(CC)TV를 통해 직원들이 컴퓨터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는지 감시하고, 점심시간을 얼마나 쓰는지 측정하며, 모바일 앱을 사용해 사무실 밖에서도 그들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킹스칼리지런던의 닉 스르니체크 교수는 “마치 18세기 산업혁명 때처럼 기계를 앞세워 근로자들의 작업 속도를 높이도록 압박하는 꼴”이라며 “기업 경영진은 ‘직원 관리’라는 명분을 내세워 기술을 무분별하게 도입하기보다 직원의 인권을 생각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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