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대장’ 푸틴이 웬일? 바이든보다 먼저 도착…“생산적 만남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6일 2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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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시작 전 악수하는 미·러 정상. 뉴시스
정상회담 시작 전 악수하는 미·러 정상.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미-러 양측이 그동안 첨예하게 맞서온 이슈들을 테이블에 올렸다. 두 정상이 대면한 건 2011년 3월 모스크바 만님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이었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였다.

이날 두 정상 간 회담에서는 랜섬웨어 등 러시아에 의한 사이버 공격과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푸틴 대통령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 탄압 등 그동안 미국이 집요하게 문제 삼아 러시아가 민감하게 반응해 온 이슈들이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담에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국영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외교적 자산, 테러와 전쟁, 정보 보안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대화가 부족했다. 이런 모든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여러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나타나는 일이 잦아 ‘지각 대장’으로 불리기도 한 푸틴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 보다 먼저 회담장에 도착했다. 정상회담은 현지 시간 오후 1시 30분으로 예정돼 있었는데 푸틴 대통령은 오후 1시 4분에 도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보다 14분 뒤인 오후 1시 18분에 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회담 시작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번 만남이 생산적이길 바란다”고 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미국과 러시아간 이해 충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적이고 이성적인 틀을 구축하길 바란다”고 했다.

팽팽한 긴장감 속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회담 도시 제네바에는 주요국의 스파이들이 집결하기도 했다. 미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양국 정상회담의 결과에 외교적, 경제적 영향을 받는 주변국들도 치열한 정보전을 벌인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 국무부는 정상회담 준비에 집중하며 관련 정보 파악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방이 무엇을 요구하고 어디까지 양보할 의향이 있는지를 사전에 파악하는 것은 협상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억류 중인 미국인 2명에 대해 석방을 요구할 경우 러시아가 어떤 대가를 요구할 것인지는 미국으로서는 알아내야 할 핵심 정보다. 외신들은 미-러 양국이 군축과 사이버안보 등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협력하고, 서로 맞추방했던 상대국 대사와 외교관들의 상호 복귀에 합의할 가능성을 점쳤다.

러시아의 정보기관으로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인 대외정보국(SVR)은 냉전시대부터 미국 CIA와 치열한 정보전을 벌여왔다. 두 기관 모두 최첨단 장비를 동원한 도청과 해킹을 거침없이 지속해왔다. 전직 CIA 요원으로 모스크바에서 5년간 정보 책임자를 지냈던 대니얼 호프먼은 미국 공영방송 NPR와의 인터뷰에서 “호텔에 도청 장치가 설치돼 있을 것으로 본다”며 “실제 도청이 이뤄지는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지도자들은 (회담) 계획을 짤 때 이런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회담 당사국 외에 주변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정보요원들도 제네바에 몰렸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며 러시아와 밀착해온 중국이 이번 회담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은 외교가에서 기정사실로 통한다. 호프먼을 인터뷰한 NPR는 미-러 정상회담에 앞서 스파이들이 회담 장소로 몰려든 것을 두고 ‘제나바에 스파이들이 바글거린다(teeming)’고 표현했다.

미-러 정상회담 당일 제네바시 당국은 시민들에게 개인차량 이용과 여행 자제를 당부하고 대중교통 이용과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회담장 주변과 도심 통제구역 내 학교는 이날 등교하지 않고 온라인 수업을 했다. 통제구역 밖 학교들도 오전에만 수업을 했다. 15, 16일 이틀간 제네바 상공에 대해서는 비행도 한시적으로 금지했다. 제네바 일대에 방공망도 설치됐다.

제네바=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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