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생필품-집값 다 올랐다…인플레 공포에 글로벌 증시 출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2일 14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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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국제 원자재값 상승에 따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물가 상승은 세계 경제가 팬데믹에서 차츰 벗어나 회복의 기미를 보인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그에 따른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주식 등 자산 가치의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자산 시장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 원자재-생필품-집값 다 오른다

최근 들어 가파른 물가상승을 보여주는 지표는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특히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심상치 않다.

뉴욕연방은행이 10일(현지 시간)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 간 소비자들의 물가 상승 기대치는 4월 기준 3.4%에 달했다. 이는 2013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주택가격(5.5%), 임대료(9.5%)의 상승 기대치도 높은 수준이었다. 3월 기준 2.6%까지 오른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도 5월에는 4% 안팎까지 급등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중국 물가도 들썩이고 있다. 중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년 전보다 6.8% 올라 3년 6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PPI가 줄곧 마이너스(―)를 나타냈다는 점과 비교하면 올 들어서는 상승폭이 매우 가팔라졌다.

각종 원자재 가격도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제 상품시장에서 옥수수값은 올 들어 50% 폭등했고 대두 가격도 2012년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목재 가격 역시 예년의 4배가량으로 튀어 오르면서 최근 집값 상승의 주범이 되고 있다. 거의 모든 산업의 필수 원자재인 구리 가격은 지난 주말 2011년 수준을 넘어 역대 최고치로 올랐다.

최근 반도체 공급난 역시 자동차 가격 상승을 유발하면서 인플레이션에 일조를 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JD파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에서 팔린 신차 모델의 평균 가격은 3만7572달러로 1년 전보다 7% 올랐다. 최근 미국의 최대 송유관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해킹을 당해 공급이 중단된 사건도 휘발유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11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 당 2.985달러로 상승해 2014년 11월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았다. WSJ는 “신선식품부터 냉장고, 식기세척기까지 생필품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 증시 등 자산 시장에 충격

이런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11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473.66포인트(1.4%) 떨어진 34,269.16에 거래를 마쳤다. 올 2월 말 이후 두 달 반 만에 최대폭의 하락이다. 증시 하락폭이 커지자 이른바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23.73으로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증시가 물가 상승에 특히 취약한 것은 향후 통화당국이 긴축으로 방향을 틀 경우 자산 시장의 거품이 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주식과 가상화폐 등 위험 자산의 급등 현상이 각국의 부양책이 만들어낸 풍부한 유동성에 상당 부분 힘입은 바가 있다는 것이다. 연준도 최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일부 자산의 가격이 역사적으로 높은 상태”라며 “위험 선호 현상이 꺼지면 자산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처럼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자 연준의 주요 당국자들은 이를 진화하기 위해 일제히 나섰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이날 한 행사에서 “아직 물가상승 목표치까지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제로금리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내보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CNBC방송에 출연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며 “우리는 아직 팬데믹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발언들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르면 올해 말부터 테이퍼링 등 긴축 정책에 돌입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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